일기, 잡생각
오렌지레몬나무 화분 하나에 꽃이 제법 피었다. 아직 오므리고 있는 것도 있고 벌써 꽃잎이 떨어진 것도 있다. 오늘은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으니 꽃향기가 제법 풍겼는데, 그 냄새를 맡고 있다 보니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져 일기를 남기고 싶어졌다.
18일 토요일엔, 재작년 청년이음센터에서 알게 된 후로 교류를 이어오는 청년들 중 몇 명과 작년에 이어 비발디파크 당일치기를 다녀왔었다. 인연이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스키장에서 사진을 찍으면 웃으려는 생각 없이 찍어도 내가 환하게 웃고 있는 걸 알게 됐다. 확실히 좋아하긴 하나보다.
스키장을 다녀온 다음 날, 아침 9시 20분에 있는 컴퓨터활용능력 1급 필기 첫회차 시험을 쳤다. 평균 88.33점으로 안전한 합격을 하게 됐다. 직접 과정을 겪어보니 합격률에 대한 이야기는 결석이라든지 공부 기간이라든지 하는 변수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군가 컴활 필기공부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요령 있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을 친 다음에는 장소를 이동해 익숙한 길들을 따라 만감이 교차하는 산책을 시작했다. 울었다가 웃었다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아팠다가 편안하다가, 과거였다가 미래였다가 했다. 그래도 불행했다가 행복했다가 하지는 않았는데, 그런 모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그래도 결국은 행복이라는 축에 속해 있는 것들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추한지, 또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1년 동안 한 번 정도 만난 사이지만 친구이자 친구라고 부르기로 합의 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힘든 일이 있는데 연락할 데가 없어 그런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그 일을 일종의 폭발물 처리같이 느끼고 있는 자기밖에 모르는 내 냉담한 본능에 역겨움을 느꼈다. 나도 힘들 때는 누구에게라도 토해내고 싶어 했던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친구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차가운 본능은 눌러놓고 그 위에 따뜻한 것을 얹어보았다.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이야기가 오갔지만 정말 다행히도 때마침 공감해 줄 경험이 나에게 있었기에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 친구가 나에게 해줬던 짧은 말 한마디가 내 기운을 북돋아줬던 때도 생각이 났다. 역시 사람은 상부상조다.
한 달 전쯤 도서관에서 담당 책장에 책을 꽂다가 가만히 서서 했던 생각이 있다. '가까이에 있으면 그 사람이 해주지 못하는 것이 보이고, 멀어지면 그 사람이 해줬던 것이 보인다', '있을 땐 없는 것을 생각하고 없을 땐 있는 것을 생각한다.'
인간이 괴로운 이유 아닐까 하면서, 저거에 반대로 하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나한테 필요한 말 같다.
컴퓨터활용능력 1급 실기 공부도 시작했다. 그래도 필기에서 공부하고 시험 치는 과정 한 번 거쳐봤다고 이번에는 마음이 편안하다. 방학 끝나기 전에 실기 합격하고 자격증 하나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다.
여러 상황 속에서도 이상할만큼 마음이 편안하다 했더니 룸메가 없어서 그런 거란 걸 알았다. 룸메는 대학원 진학을 위해 대전으로 내려갔다. 3주 정도 1인실로 쓰는 셈이다. 소중한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