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관성이라는 것이 무시하기가 힘든 것일까. 요즘 나쁜 버릇들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이런 이야기(10년의 관성이나 과거가 어땠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 코치들은 프레임에 나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고 했었다. 그 말이 내가 내 지나간 시간을 구실로 지금의 행동에 핑계를 댄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핑계가 맞고, 사람은 과거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존재도 맞다. 하지만 반대로, 어떻게 사람이 과거에 몸에 익힌 행동과 머리에 익은 생각들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겠냐 하는 칭얼거리는 마음도 동시에 있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그런 것을 할 수 있다는 기분을 스스로 느끼고 실제로 그렇게 한 적도 최근 2년 동안에 많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요즘 한두 달간은 다시 약한 생각이 많이 들고 있는 것 같다.
부끄럽게도, 히키코모리 탈출 후 다시 학교를 다니면서 단단하게 지켜오던 내 새로운 리듬이 어느덧 무너진 지도 꽤 됐다. 그런 상태가 몇 달간 지속되면서 나쁜 버릇이 하나 돌아왔다. 그 사실 때문에 내 의지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하락했다.
요 며칠간은 구정 연휴라 당연하듯 부모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에는 집에 있으면서도 정신을 차리고 있기로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거기에 또 자신감이 하락했다. 그 상태에서 오늘은 그나마 의지를 발휘했지만 그러다가 내가 큰 실수 하나를 한 것을 발견했다. 한동안 잊지 않기 위해 면밀하게 신경 쓰고 있던 문제를 연말연초에 세 가지 새로운 이슈를 한 번에 다루다가 그만 놓쳐버린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내가 너무 한심하고 이런저런 상황들에 너무 화가 나는 바람에 예전의 나쁜 버릇이 또 하나 돌아와 버렸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치명적인 실수를 한 걸 알게 됐고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처참한 기분이 든다. 털어야 하는데 울고만 싶고 자꾸 나에게 욕을 한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숨 한 번 크게 쉬고 털어봐야지. 글로 쓰고 나면 마음이 조금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써봤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말을 듣고도 제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는지 잘 알기에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 지금 내 하는 꼴을 보니 나도 2년 가까이 그렇게 많이 움직이지는 못한 것 같아 애석하다. 천천히, 천천히 엎어졌다 일어났다 하면서 옮겨가야 하는가 보다. 사실 이번에 어떤 실수를 했던 간에 10년짜리 실수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긴 하다.
집에 있으면 불안하고 별 게 다 불편해지는 것도 다 내 마음 때문에 그런 거라는 걸 아는데, 한동안 괜찮았었는데, 이것도 참 쉽게 고쳐지지 않는가 보다. 오늘따라 모든 게 다 불만족스럽다. 안 좋은 이야기는 하지도 쓰지도 않고 싶은데도 하게 되는 일과 이런 마음과 이런 상황과 이런 나까지. 속상하구나 나. 많이 속상하구나. 그래, 알았다. 힘내자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