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잡생각
요즘 전에 없이 나도 모르게 한숨을 많이 쉰다. 그렇게 자주 한숨을 쉬고 있으니 '어, 나 한숨 많이 쉬네.'하고 알게 됐다. 주로 아침에 일어날 때 침대에서, 일어난 후 화장실에서 연속으로 여러 번 쉰다. 한숨은 실제로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내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구나.'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에 대응을 잘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오늘 아침,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도 한숨이 나왔었다. 행정실에 메일을 보낼 것과 수강 신청 희망 과목 담기 수정할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제 졸업과 관련해서 확인할 문제가 있어서 행정실에 갔다가 알게 된 사실이 두 가지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간단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두 가지가 따라 생긴 것이다.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불을 켜고 노트북으로 그 두 가지를 하는 내'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실제 나'의 머릿속에서 진짜 주인공처럼 하나의 인생을 생생하게 살고 있었다. 10분 정도 그 시뮬레이션 인생을 이불속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너무 괴로워졌다. 지금 실제로 일어나서 하면 끝날 일을 결국 현실에서의 나는 계속 누워있고, 머릿속에서 처리한 일은 진짜로는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대로라면 도서관 출근 후로 그 일을 미루게 되는 미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어났다. 너무 일어나기 싫었고 짜증 난 상태였기 때문에 화풀이로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도서관에 출근 시간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해서 앉았다. 노트북을 열고 행정실에 메일을 보냈다. 내가 수강했던 강의 중 일부가 08~14학번 기준으로 이수번호가 구분이 되어있어서 그걸 바뀐 이수번호로 수정 요청하는 메일이었다. 수강 신청 희망 과목 담기는 결국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 도서관으로 가면서 겨울 냄새가 풍기는 차갑고 맛있는 아침 회색 공기를 맡으며 나에 대해 고민해 본 결과, 나는 팀플보다 시험을 좋아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수강희망과목 담기는 수강절망과목 담기인 줄 알았다. 한 학기 지내느라 까먹고 있었는데 수강 신청하는 과정은 꽤 스트레스받는 일이었다. "뭘" 들어야 할지, 팀플이 많을지, 과제가 많을지, 교수님은 얼마나 이상하거나 공감 능력이 있거나 할지, 강의 시간표는 어떻게 짜야할지, 짠 대로 들을 수 있을지 등등.
한숨-
두 숨, 세 숨 정도도 한 번에 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럼 속이 풀리려나.
예전엔 '어떻게 글 쓸 것이 없을까'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다. 잡생각이나 소소한 일상이나. 근데 요즘은 글 쓸 것이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남에게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이고, 할만한 이야기는 재밋때까리(이렇게 쓰니까 비속어보다는 새로운 단어 같다.) 없는 일이다. 컴활 1급 필기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받았던 이야기, 도서관에서 책 정리하는 이야기, 조금 걷는다거나 밥 먹는다거나 하는 게 지금 생활의 전부다.
컴활 이야기라도 해보자 그럼.
컴퓨터활용능력 1급 필기시험 일정을 모레인 1월 19일 일요일 아침 9시 20분으로 잡았다. 원래는 24일에 치르려고 접수했었는데 그걸 취소하고 예약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일자로 다시 접수했다. 기본서를 한 번 다 보고 모의고사 같은 것을 몇 번 보다 보니까 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 과목 평균 60점을 넘기면 되는데 모의고사에서 여유 있는 결과가 계속 나왔다. 스트레스받는 공부로 오래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기도 해서 '쳐보고 안되면 말고 되면 좋고.'라는 생각으로 일단 시험부터 쳐보기로 했다. 60점을 목표로 공부해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어쩌면 필기 합격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꽤나 불필요하게 많이 공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컴활 공부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문제만 풀 수 있도록 공부를 할지, 아니면 이 지식들을 시험 이후에도 남길 수 있도록 공부를 할지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남들도 다 이런 고민을 거쳐서 결국 자격증을 위해 과락(한 과목 40점 미만)만 면하면서 평균 60점을 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판단을 많이 내린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니까 "컴활 1급 필기 N일 컷, N주 컷"같은 영상들이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결국 그건 힘든 것 같다. 나는 자격증 자체도 목표지만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미뤄둔 숙제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런 목표로는 공부할 수가 없는 것 같고 어느 정도 의미까지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그게 무언가를 할 때 효율성을 죽이는 부분이 되기도 하지만.
대학교를 다니면서 배우게 된 것 중에 꽤나 중요한 게 있는 것 같다. 그건 지식 자체가 아니라 어떤 경험이다. 처음에는 전문 용어 때문에 공부하기 싫은 괴로운 느낌을 받다가도 시험이라는 외압으로 강제로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해져서 어떻게든 나름 편해지는 순간이 온다는 경험. 컴활 공부를 시작했던 초반에는 실무와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휘발성 공부에 대한 거부감, 컴맹-노베이스로서 느끼는 좌절감 때문에 페이지마다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해도 안 되고 불안하고 토할 것 같아서 책을 덮고 디비 눕고 싶었다. 그래도 대학교 전공과목 공부하고 중간/기말 시험 치고 했던 걸 생각해 보면서 버텼다. '이것도 걔네들처럼 어떻게든 한 번만 끝까지 보고 나면 그다음은 좀 편해지겠지?' 그리고 교수님들도 다 비슷한 류의 말을 했었다. "처음엔 원래 다 어려워 보여. 어려운 게 아니어도 어려워 보여. 좔건(jargon)에 쫄지말아라."
꾸역꾸역 계속 봤더니 확실히 지금은 편해졌다. 이렇게, 컴활 공부에 관한 이야기.
글을 쓰지 않았던 일주일 동안 도서관 가는 길에서 찍은 사진들과
벚꽃 버전, 비 버전, 낙엽버전, 눈 버전에 이어 염화칼슘 버전도 수집한 "식당 가는 길바닥".
그리고 일주일 전보다 조금 더 커진 오렌지 레몬의 꽃봉오리.
이렇게가 나의 별 것도 아닌 일상. 이야깃거리.
오늘은 그나마 좀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