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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by 온호

오늘 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처음으로 기숙사가 아닌 학교 밖에서부터 출근을 하는 아침 길 위에서는 예쁜 꽃다발을 팔고 있는 모습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학교 정문을 통과해 캠퍼스에 들어서니 얼마 전 학생들의 투표를 반영해 새롭게 바뀐, 예쁜 학위복을 입은 졸업생들이 많이 보였다. 약간 그리핀도르 교복 느낌이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갈하게 꾸민 졸업생들, 그들의 가족, 인생의 의미 있는 순간에 함께 들어와 있음을 느낄 때 서로에게 지어 보이는 충만한 표정들, 가끔은 뭔가 위축된 듯 확실하지 않은 표정을 짓기도 하는 학생들, 다양한 졸업날의 풍경을 보았다. 그 들뜬 분위기 속에서 '아니 그럼 내가 졸업이 딱 1년 남았다는 거잖아.'하고 생각했다. 심지어 마지막 학기 종강까지는 10개월이 안 남은 것이었다.


내 졸업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난 어떤 표정의 사람일까 상상해 보았다. 내가 본 1년 뒤 그곳에서의 내 모습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벅차올랐다.


5시에 도서관 퇴근을 하고 나오니 본관 앞 분수가 나오고 있었다. 졸업식이 있을 때만 트는 게 맞았다. 지난 학기 졸업식 때는 분수가 틀어져 있는 모습을 처음으로 본 게 맞는지 헷갈렸었는데 아마 처음 본 게 맞았던 것 같다. 왜냐면 현역일 때는 방학 때 학교에 있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오랜만에 분수를 뿜는 분수대를 보고 집으로 가는데 현수막이 또 재미있었다. 10학번이 내년 졸업이면 난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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