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그래믈리"
편안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무언가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하지 않고 고통을 피하는 상태라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는데 찾아보니 정확한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좋다 말았네. 내 상태를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작년에 코칭 강의에서 한 팀이었던 학생이 이번에 졸업을 하면서 모임을 만들었다. 교수님과 수잔나 그리고 나까지. 학교 후문 쪽에 간판 없이 가정집 같이 생긴 곳이 돌솥비빔밥 맛집이라며 거기서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같이 기념 촬영도 하고 카페를 갔다. 카페에서 본격적으로 교수님이 중심이 되어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눴다. 코치시다 보니 확실히 다르다. 내 생각이나 의식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니 정확하게 맥을 짚어주셔서 그동안의 혼란이 사라지고 시야가 분명해졌다. 그래서 너무 후련하고 기뻤다.
그리고 이 시간 자체가 너무 좋았다. 좋은 사람들과 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또 거기에 대한 높은 수준의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것. 둥가둥가해주는 것이나 막연하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도 물론 위로가 될 때가 있지만 나는 역시 내 생각에 대한 핀포인트 답변을 듣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이 시간에 했던 생각 중에 하나를 나누고 싶다.
두렵고 불안하고 힘들 텐데 "넌 그래도"라고 말해서 죄송합니다. 안 그럴게요.
당신은 남들이 무슨 응원의 말을 들려줘도 본인이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며 자기의 약점에 더 집중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당신에게 당신 안에는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들어 있다는 걸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당신을 믿는다는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응원합니다.
집에 가다가 본 "건강 때문에 점심까지만 한다..."는 말 끝에 말줄임표가 왠지 구슬퍼 보였는데 다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