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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머금은 행복

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by 온호

고통을 머금은 행복은 고통일까 행복일까.

행복을 머금은 고통은 행복일까 고통일까.

그것들을 나누려 하는 생각이 고통인 것일까. 고통이자 행복이고 행복이자 고통인 하나의 무언가인 것일까.


행복이 비가 되어 내려 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라는 뙤약볕의 차양막 역할을 잠시 할 뿐이라면 그 행복이라도 취하는 것이 맞을까 비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맞을까. 비에 젖고 있으면서도 뜨거운 햇빛을 면했다고만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가 되었고 폭풍은 모든 것을 가장 아래에서 떠받치고 있던 진정한 맨바닥을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애써 정화라고도 생각해 봤다. 폐허에서 눈물에 잠긴 채 언제 올지 모를 정화를 꿈꾸며 기다린 것이다.


10년의 도망자 생활로 도망가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런데도 처음 만나는 새로운 길이 나타나자 도망이 도망인 줄도 모르고 또 도망을 치고 있었다. 도망치며 정화를 기다렸지만 그건 절대 먼저 찾아오는 일이 없었고 내가 먼저 직면할 용기를 가지고 나아갔을 때 겨우 그것과 인사 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활로를 찾아냈다. 내 활로는 비우는 것이었다. 속에 든 생각들은 말로 비우고 욕심과 집착은 덜어내는 것. 그리고 간직할 욕심이 있다면 행동하는 것.


집착은 어딘가 끝이 단단하게 꽉 막힌 구멍 같았다. 공기도 통하지 않고 무겁다. 꽉 막힌 것을 뚫어서 숨통이 트이도록, 또 가볍게 만들어야지만 그 구멍을 통해 사물을 똑바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상념을 글로 정리하는 일이 마음의 정화를 가져다 준다는 건 확실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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