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강
4학년 1학기, 화요일 목요일이 공강인 학기의 2주차를 보내고 있다. 내게 딱히 주의를 기울일 만큼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화요일, 목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것을 몇 번 반복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도 요 며칠 알게 됐다.
공강인 오늘 아침, 아침에 일어났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전 날 저녁에 소주 반 병과 산토리에 얼그레이시럽과 토닉워터를 섞어 만든 하이볼을 두 잔 마신 영향인지 몸이 아주 기분 좋게 나른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아침 햇살이 가장 포근하고 따뜻한 날이었다. 그런 구실로 오전을 다 날리고 간신히 일어나서 A와 점심을 먹으러 학교에 갔다. A가 가고 싶었던 두 식당은 모두 대기줄이 길어 적당한 돈카츠 집에 갔다. 복지관을 걸어 다니던 길에 있던 식당이었는데 오늘의 약속을 계기로 가보게 됐다. A는 졸업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뽕을 뽑아야 한다며 이런저런 학교 근처 맛집들을 알아보는데 관심을 둔다고 했다. 나도 재입학을 할 때 그냥 학교 근처 식당들이나 많이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여러 목표들이 변화해 온 그동안에도 어느 정도 그때의 다짐을 실천 중인 것 같아 다행이다. 졸업 후에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많이 다녔다.'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뭘 했는지, 어딜 다녔는지, 어디에 어떤 추억들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그런 삶이 되지 않게 막았다.
1년 하고도 두 달 정도 전 유치원에서 근장생으로 만난 사이, 00년생인 A와는 내가 고립은둔청년이었음도 편하게 이야기하는 관계다. 나보다도 인격적으로 훨씬 성숙한 느낌이 나는 친구면서, 얼굴도 잘 생겼고 몸도 헬스를 해서 굉장히 넓고 단단하다. A는 이번 학기에는 의대도서관에서 산학협력단으로 근로지를 옮겼다고 하면서, "돈 많이 주는 곳이 최곤 거 같다."며 이야기했다. 그런 A를 보며 역시 야무지다는 생각을 했다. 밥을 다 먹고 학교로 돌아가면서도 늘 불안해하고 걱정이 많은 나에게 누구나 다 한 가지 힘든 점이나 비밀씩은 가지고 살아가는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뭔가 몰입할 것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준다. 멋있는 녀석이다. 오늘도 방에서 마음을 잡지 못했다니까 자기는 방에서 공부할 때는 핸드폰을 끄고 서랍에 넣어놓는다고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날이 참 온화해서 더 좋은, 캠퍼스에서 그렇게 짝을 지어 걸으며 대화를 하는 그 평범이 굉장히 좋았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려고 애써 싸 온 가방을 까보니 뭐가 없었다. 그래서 방으로 돌아갔다. 커피를 한 잔 내려마시고 공부를 했다. 할 걸 해야 된다. 까먹지 않도록 오늘도 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