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생활
"출석 체크만 하는 거예요."
그 말을 하시던 교수님 표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될까. 어물쩍? '그거 아닌데 왜 그러냐.', '그냥 가라.' 그런 거였나. 곰곰이 생각해 봐도 설명하거나 비유할 말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계획에 더 이상의 변수는 허용하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태세와 소극성을 보았다. 내가 강의 시간이 끝나고 "질문해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었을 때였다.
강의계획서에 질문도 e캠퍼스를 활용해 받는다고 돼있기는 했다. 그건 오프라인 강의로 바뀌기 전일 때니까 강의실에서 질문해도 될 줄 알았다. 그리고 추가 점수를 준대도 억지로 질문을 만들어 질문하지 않는 나지만, 그날따라 진도 내용 중에 진짜 궁금한 게 3개 정도 있었다. 그래서 끝나고 질문해도 되는지 여쭤봤더니 "출석체크만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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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다른 말로 이해하신 거거나 잘 못 들으신 거면 좋겠다. 말은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 병행이라고 하지만 오프라인으로는 중간, 기말 시험 전 1주만 하던 강의에서 올 오프라인 강의로 변경되어서 당초 계산과 달리 소모되는 것들이 많아졌으니 질의응답까지는 부담하기 싫다는 거절이 아니었길. 그 대답을 듣고 믿을 수가 없어 교수님 옆에 잠깐 벙찐 채 서 있다가 강의실 밖으로 나가면서 거절을 경험했을 때 오는 불쾌감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 것들이 다 내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고 교수님 입장과 사정에 내가 무지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봤다.
학교 안 모든 구역의 벚꽃이 이제 다 피었다. 본관 앞은 시절을 만끽하는 학생들과 교직원,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벚꽃은 내일부터는 비가 와서 오늘까지가 절정이라는데 오늘 날씨가 참 좋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요즘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데에 감사하다. 곧 있으면 더워져서 봄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겨울밖에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될 것이다. 남들은 까먹고, 못 찾고 지나간 여름의 빈틈을 이만하면 똑똑히 목격했다. 물론 짧아진 건 맞다.
두바이 초콜릿이 한창 바이럴이 되던 시기에 온갖 관련 신제품들이 쏟아졌었다. 편의점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는 나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약간의 작은 짜증을 느꼈었다. 색깔 없이 편승하는 것도 내 취향은 아니고, 기존에 그 자리에 있던 디저트류 상품들이 빠지게 될뿐더러 가격이 자리잡지 않은 기회를 틈타 비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러다 며칠 전 7,000원 제품을 1,500원에 파는 것을 봤다. '그렇구나.'
조별 활동 역할 분담을 하던 사타리 타기에서 나는 '발표'가 걸렸었다. 그리고 오늘 그 발표를 했다. 재입학 이후 다섯 번째 발표 과제였다. 현역이던 1학년 때도 영어 발표, 퍼스널 브랜딩 발표, 창의적 소통 발표 등 발표가 많았지만 그렇게 떨지 않고 했었다. 근데 8년 만에 하게 됐을 때는 손이 달달 떨렸고 목소리도 떨렸다. 그래도 그다음 학기, 또 그다음 학기 발표 과제를 매번 경험했더니 오늘은 거의 떨지 않고 할 수 있었다. 발표하기 전 손이 떨리려고 하길래 '떨리는구나. 괜찮아. 앞에 나가서 노래랑 연기 발표하는 강의도 에이쁠 받았고, 학교 축제에서 다큐멘터리 연극 공연 하는 강의도 에이 받았는데 그냥 읽기만 하는 발표 정도는 쉽지.'하고 생각했다.
책을 읽을 때 책 전체에서, 책 페이지 페이지마다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도 괜찮다는 책을 읽었다. 그럼 나도 모든 강의에서, 모든 챕터에서 그 지식들을 전부 받아들이지 못해도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그게 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고, 그냥 '대학 생활'이라는 책 한 권이 내게 감동을 준 문장 하나만 마음에 새겨 가도 그게 의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발표 끝나고 자리에 돌아와 했다. 학생들이 자료조사나 ppt 만들기 포지션보다 발표하기를 꺼리는데(AI로 할 수 있냐 없냐 차이일까?), 내가 발표 포지션에 걸려서 감사하다. 대단한 고통은 아니지만 고통을 겪으면서 마지막에는 그 고통이 쾌감으로 바뀌는 경험을 할 기회를 오랜만에 한 번 더 얻었으니까. 이걸 양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