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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학교 생활

by 온호

급식

오늘은 학교 급식 체계에 전환점이 찍힌 날이다. 반 공기 옵션이 생긴 것이다. 아침에 잇츠미 앱으로 식권을 구매하고 식권 QR코드를 기계에다가 찍었다. "잇츠미 주문~" 쾌활한 음성 안내가 나오고 나서 내 차례를 기다려 밥을 받았다. 근데 밥이 노란색인 것도 특이했는데 밥 두는 곳에 처음 보는 작은 푯말이 두 개 생겼다. 하나는 "반 공기", 하나는 "한 공기"라고 써져 있었다.


학생, 교직원은 천 원으로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히 사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데, 그게 가능한 데는 정부 지원과 기부의 힘 덕이 있다. 나는 졸업하면 사라지게 될, 소위 "개꿀"을 지금 누리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감사를 잊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늘 그렇듯이 잔반은 많이 나온다. 제 값을 내고 산 음식을 남기는 거보다 천 원만 내고 산 음식을 남기는 게 역으로 더 아깝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무튼 누구는 부족하고 누구는 남기니 반 공기와 한 공기로 나눈 것은 굉장히 적절하다. 여기 식당은 뭔가 아쉬운 문제가 있으면 늘 해결을 한다. 당연한 것 같아도 안 그런 집단도 많은데 참 대단하다.


그리고 화요일, 목요일에는 To-Go 탭에서 샐러드 도시락도 천 원에 판다. 샐러드 판매는 급식 시작 시간보다 제법 늦게 시작해서 나는 두 번 먹어 본 게 다다. 또, 밥도 먹고 샐러드도 사가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먹을 게 없어질까 봐, 이중수혜일까 봐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샐러드 살 때 꺼려지기도 했다. 며칠 전엔 늦게 갔더니 식당에 사람 자체가 거의 없어서 사도 되겠다 싶어서 사 봤다. 근데 다른 사람들을 보니 샐러드도 같이 많이 사가길래 또 괜한 생각이었구나 했다.


런치특강

학교에서 가끔씩 런치특강이라는 것을 한다. 12시부터 1시 사이에 교수학습개발원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비교과과정 강의를 듣는 것이다. 재입학을 했던 23-2학기 때 '학교 콘텐츠를 이것저것 많이 해 보자, 평범한 대학생처럼.'이라는 기조로 생활했는데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그 후로 공강과 런치특강이 겹치면 가서 강의도 듣고 도시락도 먹고 그런다. 그래 봤자 두세 번 가 본 게 다지만. 오늘은 에코토피아를 주제로 한 강의를 들었다. REACH 밖에 기억이 안 나긴 하지만, 뭘 살 때 성분표를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강의도 강의대로 좋고 특강 장소도 우리 단과대 건물이고, 식사도 때우고 여러모로 런치특강도 개꿀 콘텐츠다.


과제

개인과제 두 개를 모두 제출했다. 마음이 편안-하다. 하나는 Perplexity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고, 하나는 그냥 혼자, 아-아니구나. 나머지 하나도 생성형 AI의 도움을 조금 받아서 했다. 도움을 조금 받은 과제는 애초에 에세이여서 구체적인 근거를 찾는 데만 AI를 썼지만, Perplexity를 활용한 과제는 프롬프트 입력에만 공을 조금 들였고 퍼포먼스는 전적으로 AI 몫이었다. 와, 근데 Perplexity 요물이었다. 많이 쓰게 될 것 같다.


팀플 과제도 어제부로 제출이 완료됐다. 한동안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홀가분해져서 좋다. 그리고 우리 조의 발표 순서를 정하러 내가 대표로 나갔었는데, 5월 30일 발표와 6월 13일 발표 중에 6월 13일 발표로 성사시키는 쾌거를 거뒀다. 사실 나 같은 경우에는 현충일 휴강을 끼고 발표가 너무 뒤로 밀리면 '준비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오래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안 좋은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자리로 돌아오니 발표를 맡은 조원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그걸 보니 뿌듯해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이번엔 장학 신청도 까먹지 않고 했다. 방학 때 어디로 가서 일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기말시험은 3주 남았고, 시험 기간에 힘들 게 무서워서 복습도 조금씩 하고 있다. 이번 학기가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이제 정말 졸업까지 한 걸음 남았다. 마음이, 잘 모르겠지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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