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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이제

by 온호

발표

이제 학교에서 학생들이 발표하는 것을 듣고 있다 보면 발표자가 "이제"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한 둘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러는 것을 보면 말버릇의 집단화가 이제 확실히 있긴 한가 보다. 이제를 붙이니 이제 글로도 말하는 느낌을 낼 수 있게 된 것만 같기도 하다.


금요일에는 가히 그 정점이었다고 할만한 학생이 있었다. 한 문장을 말하는데 최소 세 번 이상의 "이제"를 곁들이며 15분 정도의 발표를 진행했다. 에너지 넘치고 밝은 발표자 남학생의 귀여운 태도에 더해서, 그 정도로 극단적인 "이제" 케이스를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발표자를 재밌다고 여겨 웃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들어 웃음은 참았다.


그러면서 나는 다음에 내가 발표를 하게 될 일이 생길 때는, 나도 모르게 중간중간 넣어 붙여서 사용하는 말은 없는가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지개

서울 청년 기지개 센터에서 청년들이 운동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셨다. 운동 체험을 통해 청년들이 외출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다른 청년들과 교류도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사회 복귀하는 데까지 도움이 되는 작은 경험을 얻길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내 경우에는 그런 긍정적인 기대 효과가 아주 분명히 작용했다. 땀을 흘리고 안 쓰던 근육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자체에 오락적 재미도 있었고, 청년분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자연적인, 자발적인 소통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그룹활동을 할 때도 상황에 의해 다른 청년들과 소통을 하기는 하지만 그건 어쩐지 조금 '내 차례가 되어서'라는 느낌이 있다. 근데 운동을 같이 하다 보면 승부욕 때문인지, 오르는 체온과 함께 마음도 고양이 되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좀 더 본인의 모습으로 말을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난 그게 좋다. 어색하지도 않고, 감추고 싶은데 용기내야 돼서 적당히 드러낼 수 있을 만큼만 드러내는 허위 같지도 않아서이다. 또 내가 대부분의 경우에 남에게 먼저 말을 거는 종류의 인간이긴 해도, 나도 남이 먼저 말 걸어줄 때가 더 편하고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그런 모습들이 들떴을 때 일시적으로 나오는 모습이고 그게 계속 유지되지 못한다면 운동을 자주 하면 되지 않을까? 단순한 생각을 해 본다. 뭐가 됐든 나는 그런 계기가 되어 주는 운동이라는 콘텐츠가 좋다. 무료한 일상에 말 그대로 기지개를 켠 것 같은 활동이었다.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에 진행된 덕분에 참여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직원분들의 휴일이 희생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서 "감사합니다." 더 많이 인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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