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2
방금 전까지 중랑천 수변 공원을 따라 한 시간 따릉이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손을 씻고 한쪽 눈의 RGP렌즈를 빼고는 양눈을 번갈아 한쪽씩만 떴다가 감으면서 어느 쪽 렌즈를 뺐는지 더블 체크를 한 후 케이스에 담았다. 렌즈를 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느 시점에 생겼는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래된 버릇이다. 한쪽 눈에 렌즈 두 개를 덮어쓰거나 한쪽 통에 렌즈 두 개를 담아 좌우를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일을 겪다 보니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자연스레 생긴 버릇이다. 빼지 않은 나머지 한쪽 렌즈는 반대편 눈에서 뺀 다음 더블 체크 없이 그대로 나머지 한쪽 케이스에 담는다.
지난 일요일에 따릉이 6개월 정기권을 샀다. 오늘은 정기권을 결제한 이후로 두 번째 이용이다. 작년 여름, 동대문구 1인가구 지원센터에서 하는 동아리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남자분이 따릉이 정기권의 가성비에 대해 설명해 줘서 처음 따릉이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 그때 나는 그 남자에게 "저도 알아봐야겠네요."라고 했었지만 그 후로 거의 1년이 지나서야 따릉이를 알아 가고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따릉이는 1시간 대여하는데 1천 원이다. 그런데 6개월 정기권은 15,000원이고 하루 대여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구간별 편차가 굉장히 큰 편이다. 6개월 동안 15회 이상만 이용해도 이득이고, 대여한 따릉이를 한 시간 안에 반납을 하고 다시 대여하기를 하면 대여 시간이 다시 한 시간으로 초기화되기까지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일권을 결제할 이유가 없다. 역참(따릉이 대여소)이 생각보다 군데군데 포진해 있어서 편한 곳에 들러 반납/대여하기를 반복하기도 어렵지 않다. 한 시간 이상 타는 경우가 얼마나 잦냐에 따라서 무한 리필의 효용은 달라지겠지만.
2025년 6월 3일 화요일 오늘은 21대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자전거 여행을 출발하기 전, 나는 식당에서 저녁으로 제육을 먹으면서 자신은 최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이라는 걸 어필하려고 애쓰지만 은근히 김문수 후보 편을 드는 것을 숨기지 못하던 머리가 샌 아저씨와, 대놓고 이재명 후보 편을 드는 목소리가 크고 왼쪽 팔에 문신이 있던 까무잡잡한 아저씨가 나누는 대화를 재미있게 엿들었다.
그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대통령을 뽑는 것을 떠나서, 더 넓은 범위에서 인간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이 혈기왕성, 의욕과다로 인한 치기를 부리지 않는 것'과 '늙은 사람이 아집을 부리지 않는 것' 중 무엇이 더 어려울까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는 늙은 사람이 아집을 부리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젊은 사람이 본인이 틀렸을 가능성도 있음을 알아차리고 수정하는 것보다 늙은 사람이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건 현명한 사람이던 우리 부모님의 경우만 봐도 그랬다. 일흔을 훨씬 넘긴 지금, 이미 수 해 전부터 뇌기능적인 변화와 사고의 구조적인 한계가 눈에 띄게 찾아왔다. 그리고 부정해야 할 자신의 크기와 거슬러야 할 인생의 관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사소한 것 하나라도 쉽사리 번복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나도 이성적 능력이 부족하면서도 또 젊은 사람의 범주에 속해있기 때문에 공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AI한테도 이 주제에 대해 한 번 물어봤다. 그랬더니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내 요청에 맞게 논문 몇 개를 가져와서 한다는 말은 생각보다 예상치 못한 것들이 없었다. 그게 조금 슬펐다. 아무리 내가 "나는 할아버지가 돼도 다양한 책을 읽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더라도 어쩌면 그건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걸 알게 됐다.
고집은 이미 날 때부터 타고난 사람으로서 앞으로 내가 걱정이 된다. 다른 사람들 답답하게 하는 고집불통 어른은 되고 싶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