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요즘 굉장히 덥다. 지난주 절반은 습도까지 높았다. 그래서 그다음 절반 동안에는 낮아진 습도로 상대적으로 굉장히 살만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기온 자체는 계속 무섭도록 높았다.
국가근로장학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남는 시간에 학교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 가는 길에 햇볕이 정말로 뜨거웠지만 양산에 의지해 버텼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섬광에 가까운 빛과 열기도 막아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도착하니 맑은 하늘과 푸른 나뭇잎 위로 고개를 빼고 있는 도서관 건물이 있는 익숙한 장면에 기분이 좋아졌다.
뜨겁고, 근로지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빠듯한데도 굳이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던 것은 아침 독서용 책을 다 읽었기 때문이었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와닿는 부분을 음미하는 것도 좋지만 읽어보고 싶은 책이 아직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조금 유난을 떨어보자 싶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그 책을 좀 읽었다.
지난 목요일에 유치원 A와 저녁 식사를 했다.
다이어리 모임에서 '감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다이어리에 적어 놓았던 감사가 떠올랐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나에게 한 달에 한 번쯤은 같이 밥 먹자고 꾸준히 먼저 연락을 주는 A에게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잘 없었다.
감사를 표현하라는 말에, 나는 방학한 지도 좀 됐는데 형이 돼가지고 인사 한마디 하지 않은 것이 생각나 모임 쉬는 시간에 A에게 카톡을 보냈다. 인사말과 고맙다는 말, 밥 먹자는 말이었다. 그러자 A도 "안 그래도 밥 먹자고 하려고 하고 있었다"며 "다음 주 목요일 어떠세요."하고 답장을 보내왔다.
그렇게 목요일에 같이 고기를 먹었다. 학교 근처 아직 둘 다 가본 적이 없는 고깃집이었다. 가본 적 있는 고깃집이 더 낫다는 평가가 식사 후에 나오긴 했지만 좋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근로장학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유치원에서 같이 일할 때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한 학기 뒤면 졸업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 조금 진지한 분위기의 대화도 많이 나누었다. 술을 한 잔 하고 싶은 내색을 비추던 A에 맞춰 소주 한 병도 곁들여서.
식사를 마치고 서로의 집이 250m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어서 같이 걸어서 돌아갔다. 시원하게 잘 지내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헤어지고 나서는 꽤 진지한 면이 있다는 것과 성실한 편이라는 것, 말을 세심하게 하는 점 등 성향이 잘 맞기 때문에 A를 만나면 다른 누구를 만났을 때보다 더 편안하다는 걸 생각했다. 재입학한 후 이런 학교 친구 한 명을 사귈 수 있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