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오늘은 아침 기온이 30도였는데 시원하다고 느껴버리고 말았다. 어제 같은 시간에 일을 하다가 땀으로 온몸이 젖었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면서, 요즘 같은 더위와 앞으로 남은 인생에 더 심해질 더위에도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매일 실제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앱에 누적되는 일당을 받으며 방학을 보내고 있다. 퇴근 후에는 자취방에서 간단하게라도 꼭 요리를 해서 먹는데, 귀찮기는 하지만 그런 일련의 행위가 주는 삶이나 생명에의 몰입감이 좋은 것 같다.
그렇게 혼자서 일과 공부를 하며 보내는 일상을 가지다가 지난 주말에는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 2년 가까이 생각해 온 일이었다. 그건 자조모임을 하는 청년들과 같이 강원도 1박 2일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모임 이후에 집으로 흩어지는 피로와 귀찮음, 그 뒷감당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1박 여행이 필요했고 강원도라는 장소는 내 추억과 관련이 있었다.
강원도 철원에는 대성산이라는 산이 있다. 군생활하던 때에 야간 행군 코스로 대성산이 포함돼 있었는데 거기서 군장을 베고 봤던 하늘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밤하늘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별들이 꽉 들어찬 것, 눈만 떼지 않고 기다리면 몇 번이나 유성을 볼 수 있는 것, 그런 경이롭고 황홀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돌아가고 싶었다. 비록 춘천까지밖에 못 갔지만 그래도 이번에 다 같이 하늘의 많은 별들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러모로 운 좋게 넘어간 부분도 있지만 계획이 미흡하다 보니 힘들었던 부분도 분명 많았다. 식사나 이동 문제에서 그랬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대략적인 주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도 미리 결정해 놓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또 음주를 포기해서 생기는 손해보다 차량을 렌트해서 생기는 이득이 훨씬 크겠다는 계산이 분명해졌다.
청년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같이 식사를 준비하고 잠도 같이 자고 몇 군데 구경도 다녔다. 2023년 말에 서울시 은둔고립청년 지원사업에서 어색하게 지냈던 것을 생각하면 참 뜻깊다. 감사하게도 어떻게 여러 좋은 인연으로 이렇게 흘러올 수 있었고, 지금까지 이들 덕분에 쌓인 추억이 정말 많다.
한편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에서 시작한 여행이다 보니 나는 뭐든 좋았지만 다른 청년들에게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이 아마 내 쓸데없는 걱정일 것이고,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좋은 시간이었을 거라는 거라고 생각해 본다.
일상 탈출이 필요할 만큼 고단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7월 달력의 두 칸이 뭔가 다른 색깔로 칠해져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