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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2주년

by 온호

2025년 8월 31일 일요일인 오늘이 끝나고 내일이 오면 거기엔 25-2학기 개강이 있다. 23-2학기 재입학으로 히키코모리 생활을 청산했으니 부활 2주년을 맞았다. 더 오래 걸리지 않았어서 다행이다. 잘했다. 고생했다. 앞으로도 계속 앞으로 가자.


내일은 1교시 수업의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나서 남은 강의시간 동안 학과 행정실에 방문할 계획이다. 졸업할 수 있게 학점 계산을 잘했지만 혹시 모르니 확인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른 궁금한 것들 네 가지를 메모해 놓았는데 그것들도 같이 물어보려고 한다.


또, 내일부터 바로 도서관에서 근로를 시작하게 된다. 근로 시간표를 출근부 앱에 까먹지 않고 입력하도록 메모장에 메모도 잘 해두었다. 그리고 오후 다섯 시에 도서관에서 퇴근을 찍고 나오면 주민센터에 들러서 볼일을 본 후에, 끼니를 적당히 때우고 서울시 기술교육원 북부캠퍼스로 이동해야 한다. 내일만 조금 분주할 것 같다. 평상시 기준으로는 17시 퇴근 후 걸어서 3분 거리 학생 식당에서 석식을 먹고 기술교육원으로 등교하는 일정이 고정이 될 것이다.


오늘은 하계집중근로 마지막 출근을 했다. 원래라면 29일 금요일이 마지막 출근일이 됐어야 하지만 지난 월요일에 결근을 한 것을 오늘 메우려고 출근을 했다. 이별 행사로 어제 만든 휘낭시에를 가져와서 역무원 분들, 사회복무요원 분들과 하나씩 나눠먹었다. 그러고 싶었다. 근로하는 두 달 동안 역무원분들이 굉장히 잘해주셨기 때문이다. 근장생 신분으로 있는 곳에서는 그게 흔한 일은 아니다. 7월에 가장 더울 때 고생한다고 음료도 여러 번 사주시고, 존칭도 꼬박꼬박 써주시고 이런저런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그것들이 감사해서 나도 보답하고 싶었다. 선물에 관해선, 사서 드리면 더 맛있고 양도 몇 개 더 많다. 만들어서 준 건 자기만족 때문이었다. 선물이란 것의 의미를 살려서 다음엔 사서 주는 쪽으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기숙사 방에서 거대한 불안에 짓눌려 벌벌 떨며 개강을 기다리던 2년 전의 나와 다르게 지금은 굉장히 멘탈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육체적으로도 상태가 좋다. 요 몇 주 동안은 잠을 정말 잘 자고 있고 특히 오늘은 6시 59분까지 안 깨고 잤다. 화장실도 전에 없이 잘 다닌다. 뽑아야 할 사랑니는 뽑았고, 지난 목요일에는 치아 2회차 신경치료도 받았다. 기상 전후로 잠깐씩 해주는 스트레칭도 효과가 있는 모양인지 역무실에서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방에서는 쓰레기 분리배출도 했고, 수납장 정리도 했다. 환경 개선에 필요한 물건들 몇 가지의 구매도 미뤄오다가 이번에 처리했다. 본능적으로 다각도의 새학기 맞이 재정비를 잘한 것 같다.


개강, 막학기, 졸업, 근로, 주야간 병행, 시험 등등 여러 콘텐츠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학기는 아주 흥미진진할 것 같아서 기대의 미소가 지어진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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