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어제는 기술교육원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기술교육원에 갔을 때 느꼈던 밝은 분위기의 이유를 조금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자기소개는 하는 일, 사는 곳, 지원 동기, 나이 등을 누구는 길게 누구는 짧게 언급했다. 다들 기존에 뭔가 하고 있던 일이 끝났거나 일이 끝나기 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혹은 배워보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온 분들이었다.
'아, 다들 열심히 사시는구나.'
감탄이 나왔다. 멀리서 오시는 분, 뜻이 있으신 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신 분, 돈을 이미 잘 버시는 분 등 목적이 분명한 사람, 상황적으로 여유로워 보이지만 배움의 뜻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대학교 다니면서 야간반 다닌다고 어디 가서 힘든 척할 엄두도 안 날 정도였다.
주간에는 다들 뭔가를 하고 와서 6시 반부터 10시까지 그렇게 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분명한 의지나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그걸 생각보다 늦게 알게 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하고, 그걸 쫓기 위해서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야간과정 수강생들 중에서도 우연히 우리 과 학생들만 분위기가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든 저렇든 교실에 웃음소리가 넘친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확실한 건, 대학교를 막연하게 다니고 있는 대학생 무리에 있을 때보다는 하나의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집단에 있는 것이 더 숨쉬기엔 좋은 것 같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몇 가지 지원 동기 중에서도, 4년 전에 이사를 할 때 도배 비용이 그렇게나 비싸다는 걸 알고 '나도 이거 할까'하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게 첫 번째 동기이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일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할 수도 있는 건데, 직접 경험을 해보고 다시 판단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시야를 확장할 수 있게 돼서 조금 두근거리고 즐겁다.
다른 분들도 자기 집 도배를 직접 하고 싶다는 분들, 시골에 자기가 직접 집을 짓고 싶다는 분, 기능을 가지고 싶다는 분, 관련 일을 하는데 현장 경험이 없어 현장 경험을 쌓고 싶다는 분, 은퇴 후를 준비하시는 분 등 다양하지만 비슷한 동기를 가지고 계셨다.
비슷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어쩌면 더 분위기가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6개월 후에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