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호 Oct 13. 2023

히키코모리 탈출 일지

쿠키

 갔더니 많더라. 


 기분이 많이 좋았다. 쿠키를 받을 수 있어서도, 그리고 상대적으로 옳음에 가까운 선택을 내릴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위험 회피를 했는가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과소평가해서 버린 긍정적 가능성들은 얼마나 되겠는가. 이렇게 사소한 결정 하나에도 나는 위험회피라는 의사결정 오류를 범할 뻔한 걸 가까스로 바로 잡았는데. 10년을 방에만 있었는데. 마음이 쓰리긴 한데 뭐 지나간 건 묻어두자. 안 그러면 살 수가 없다. 


 내가 쿠키를 좋아하고, 요새 군것질을 참고 있었던 상황 속에서 누가 봐도 싸구려가 아닌 맛있을게 뻔이 보이는 쿠키는 이렇게 나한테 큰 가르침을 줬다. 고맙다.


 그러면서 했던 생각이 그런 의사결정이든 인지나 지각이 됐든 심리학적인 공부가 전반적으로 돼있었다면 안 좋은 상황들 속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고 건강한 선택을 하면서 사는데 도움이 됐을까 하는 게 궁금했다.


 나는 사실 바로 전 날 배웠던 내용이기 때문에 적용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아니면 애초부터 쿠키가 먹고 싶던 고착 편견이었던 건지 뭔지. 확실한 건 예전이었으면 무조건 안 갔고 1층까지 갈 일도 없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몰라서 안 하기보다는 하기 힘들거나, 싫거나 에너지가 부족해서 못 하는 거라서 심리학을 배워도, 자기가 위험회피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도 고칠 수 없을까?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2학기까지만 더 다니고 저걸 '진작에 배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미 없는 후회는 들면서 마음이 잠깐 씁쓸했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은 '그냥 가보고 없음 말지.' 하고 일단 가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한테는 고민거리도 안될 거고 그런 걸로 고민하냐 답답해할 수도 있다. 근데 히키코모리가 되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겪었던 상황들도 원인이겠지만 힘든 일을 겪는다고 모두가 히키코모리가 되지는 않는다. 분명 기질적으로 과잉경계심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심리학 공부를 했다면 정말 괜찮았을까? 정말 너무 궁금하다.


 아 그리고 쿠키는 받아뒀다가 이왕 도서관 간 김에 공부 좀 하고 나서 점심 먹고 디저트로 커피랑 먹었는데 역시 맛있었습니다. 포장박스에 있는 상호를 검색해보니 홍대에 수제과자점 인 거 같더라구요.

작가의 이전글 히키코모리 탈출 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