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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라."라는 말에 대한 생각

히키코모리 탈출 일상 기록 78번째 글

by 온호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후, 기숙사의 너무 낮은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던 중 나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하는 일의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아요.'라는 말을 떠올렸다. 맞는 말이다. 특히 나처럼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이 늘 최악의 경우에서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근데 그러면, '일어날 수밖에 없게 정해진 일들에 대한 걱정은 어떻게 다뤄야 하지?' 나이 든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걱정 같은 것들 말이다. 인간이 죽을 확률은 100퍼센트니까.


오늘 저녁에 큰누나를 만나서 숙대의 햄버거집에서 식사를 했다. 약속 시간을 조율하던 중 누나는 "6시 반에 병원 예약을 해놨다."라고 했다. 그런 누나가 병원을 갔다 왔다고, 4호선 숙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보자고 다시 전화를 한 시간은 6시 38분이었다. <버거인>으로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먼저 하다가 나는 "근데 엄청 빨리 끝났네? 어디 갔다 왔는데?"하고 물었다. 상담만 받았다는 누나에게 한 번 더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정신과를 갔다 왔다고 대답했다.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요즘 마음이 아프고 힘든 우리 6남매의 장녀, 큰누나의 걱정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방법은 이번 경우엔 사용할 수 없다. 알 수 없다 나는.


누나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왔던 집이라고 데려간 햄버거 맛집에서 햄버거를 맛있게 먹었다. 작은 정사각형 식탁에서 마주 보고 앉아서 나는 연신 "진짜 맛있다, 맛있네."라고 하면서 쾌활하게 있었다.


"누나, 나는 기분이 좋네. 누나도 기분이 좋아져야 할 건데."


"그래."


매장을 나서기 전에는 햄버거를 하나 더 포장했다. 그리고 GS편의점에서 70cm 우산을 사서 2010년도와 2014년도에 같이 살았던 누나의 자취집까지 같이 걸어갔다. 비가 많이 오니 그냥 역으로 바로 가라는 누나에게 "올라가는 길에 햄버거나 먹고 갈려고."라고 괜찮다고 했다.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 밑에서 지못미버거를 우걱우걱 맛있게 씹어 먹었다.


집에 도착해서 들어가는 누나에게 "누나 잘 지내고", "잘 쉬고." 말하고 헤어졌다. 내가 살가운 여자 형제였다면 좋았을 걸. 그러면 햄버거를 먹을 때도, 헤어질 때도 더 따뜻한 위로의 말들을 많이 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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