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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넨브릴레 Nov 23. 2022

브런치 작가 김길주, 당신은 작가가 맞아?

조종사가 들려주는 인사이트 이야기_서문

김길주는 나의 본명이다. 새로운 글을 쓰기 앞서, 나에게 "아직 책을 출판하지 못한 사람을 작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봤다. 


현재 나의 브런치 글쓰기는 특별한 목표가 없어 보인다. 왜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단 얘기다. 

작년에 가입할 때만 해도,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글을 썼다. 많은 브런치 작가님이 겪었듯, 나도 '실력에 비해 꿈만 원대했구나!'라고 느끼는 계기가 됐다. 


올해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지가 올라왔을 때는 나의 마음이 작년과 같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응모해볼까?'라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마감이 10월 23일까지였는데, 하필 23일이 있는 주(週)에는 내내 비행 시뮬레이션 훈련과 체크가 있어 응모를 포기했다. 

갑자기 30일까지로 응모 마감일이 연기됐을 때, 뭔가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같았다. 발행된 나의 글을 보아하니 응모할 정도로 잘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라이킷 수가 많지 않은 현실이, 내 글이 보잘것없어 보이게 했다. 



얼마 전에는, 우연히 작가 본인의 이름을 제목으로 쓴 글을 읽었다. 기발했다.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글을 보고 나도 아이디어를 얻어 써보기로 했다. 

내게 영감을 주신 고마움의 표시로 글을 읽고 느꼈던 나의 솔직한 마음을 내어 본다. 


나는 글을 읽은 후, 순간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내 글이 보잘것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잘 쓰인 글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 글에 가서 댓글로 남기지 왜 여기에 읽은 후기를 내놓아요?"라고 물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작가님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와 작가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된 자조 섞인 계기를 동시에 설명하려 내놓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브런치에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많겠지'라는 상상의 감정과, '같은 브런치 작가로서 나보다 잘 쓴 글을 읽는' 감정은 달랐다. 글을 읽은 후로, 나는 며칠 동안이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브런치북'은 스스로 완성한 오리지널 초판입니다.


프로젝트는 응모하는 북(Book)들이 '초고'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유튜버는 "초고는 어차피 쓰레기예요"라고도 한다. '어차피 대부분 수정될 거라면 그냥 응모해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책이 되도록 기획하고, 그에 맞게 이미 발행한 글들을 수정해서, 제목을 붙이고 결국 10회 프로젝트에 응모하긴 했다.  


응모를 위해 편집하는 동안 브런치 작가 김길주의 글에서 다음의 특징이 보였다.

조종사와 비행을 내용으로 한다

나를 돌아보려고 노력한다

발행 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특징 1. 조종사와 비행을 내용으로 한다. 

내 글뿐만 아니라 브런치에서 보는 다른 조종사들의 글에 있는 라이킷 수를 보건대, 나는 '독자들이 조종사가 쓴 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보인다'라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성급한 일반화라는 생각이 드는가? 좋다. 내가 원하는 바다. 누군가 "통계적으로 볼 때 사례의 수가 적으므로 가설이 불분명하다"라고 얘기해주기를 희망한다. 그럼 나는 "조종사로서가 아닌 다른 방식의 글을 써보면 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해볼 수 있겠네요."라고 말하며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해보도록 말이다. 여러분이 조종사인 나에게 기대하지 못한 새로운 글을 써보기로 하고서야 키보드를 다시 잡았다.  



특징 2. 나를 돌아보려고 노력한다. 

작가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동안, 내 글에서 나타나는 개인적인 사고방식감정 형태 묘사에 대해 좀 더 넓은 관점으로 바라보려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는 이러한 행위를 '통찰(洞察) 또는 인사이트(Insight) 한다'라고 정의하고 정신분석용어사전으로 분류한다. 

지식백과 원문;
통찰을 통해서 사고 혹은 행동의 결정 요인과의 연결 관계, 또는 개인적인 사고방식과 감정의 형태가 지닌 보다 보편적인 측면들을 하나의 커다란 관점 안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번 글쓰기 주제는 대놓고 '인사이트'로 정했다. 진부할 것 같은 점은 나도 안타깝다. 

소설 『영웅문(김용, 고려원, 1986년)』에 등장하는 황용은 미모가 빼어날 뿐만 아니라 요리 솜씨도 일품인 주인공이다. 소설에는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두부조림과 같이 모두가 아는 평범한 음식을 정말 맛있게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그녀의 요리 솜씨가 서술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주제를 노력으로 요리해 보겠다(미쳤다. 여기가 어디라고 큰소리를...=.=a).


권위의 관점으로 보건대, 조종사와 인사이트, 얼마나 안 어울리는 조합인가! 그런데 여기서, '직업이 조종사인 한계를 뒤집기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역발상을 해본다. 인사이트에 대해 쉽게 접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글쓴이가 비(非) 전문가이므로, 쉽게 풀어서라도 설명하겠지'라고 기대하시리라는 상상이다. 



특징 3. 발행 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좋은 글쓰기가 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한 가지가 '처음부터 완성도를 높이려는 것'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나의 글쓰기가 그렇다. 

지금까지도 나는 나에게 "어디까지가 초고야?"라는 질문을 계속해야 할 판이다. "아무리 완성도를 높인다고 해도 출판사 편집자에게는 초고야"라고 말이다. 내놓아봐야 초고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다 써두고 다시 편집하면서 한 편씩 발행하려고 한다. 지나친 노력을 아직 놓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처음 생각과 달리 글을 쓰다 보니 점점 범위가 방대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초고인 점을 인정하고, 범위를 대략 한정하여 우선 글을 발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서두에 "아직 책을 출판하지 못한 사람을 작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어떤 이유에서 시작했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상 한 권의 책이라도 출판하기로 마음먹었다.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기 어려운 현실을 인지하는 것도 인사이트다. 글을 쓰면서 동시에 유튜브를 통해 인디자인(출판물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자가 출판이 될지언정 끝까지 해보겠다는 각오다. 

출판을 목적으로 하는 완성도와 어차피 초고인 중간 어디쯤에 나의 노력을 조절해 본다.  



내 시선에서의 인사이트를 간략히 정리해 본다.   

'아내는 왜 출근을 싫어할까?'라는 형태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만약 내가 당신의 입장이라면 출근하기 싫다고 더 짜증 냈을 수도 있어요. 당신은 나보다 잘 견뎌내고 있는 거예요."

라는 감정 어루만지기로 조언을 시작해 "더 힘들게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덧붙인다. 아내는,

"으이구~ 오빠가 나처럼 출근해봐~ 말이야 쉽죠~"

라고 한다. 나는,

"내가 출근하는 당신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조언하는 것일 수도 있음을 인정해요."

라고 한다. 여기가 조언의 포인트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당신이 오히려 '모르고 조언하는 내 입장'이고 내가 당신이라면, 나에게 뭐라고 조언할 것 같아요?"

라고 질문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현재의 힘든 감정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면, ‘출근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냐는 설득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사이트로 다가간다. 네이버 백과는 인사이트를 '자신이 처한 상황 또는 자기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능력이나 행위'라고도 정의한다. 

한 번 더 주체(主體)를 뒤집는 것인데, 아내의 고민에 조언하듯 내가 내 고민에 대해 나에게 조언해 본다. 나를 현재의 힘든 감정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다른 사람 입장이 돼 보도록 한다면, 어쩌면 지금 고민이 쉬운 고민이라고 마음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가능하다. 

코로나 때문에 항공업계는 특히 힘들다. 당연히 고민이 많아진다. 힘든 감정 상태에서 벗어나 나를 돌아보는 노력으로 썼던 글이 『중국 조종사의 코시국 생존기』다. 



마지막으로, "아직 책을 출판하지 못한 사람을 작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문자답(自問自答) 해 본다. 


브런치 작가 김길주로 글을 쓰면서, 라이킷 수가 적어도, 적어도 나는 출판을 향해 성장해 가는 중이다.


링크.

1. 나는 '글은 읽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어떤 감정상태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달리 읽힌다'라고 생각한다(본문에서 하나의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 이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나에게 '이름으로 글 써보기' 영감을 준 이정연 작가님의 글을 읽어보고, 내가 받았던 느낌과 비교해 보자. 


2. 나의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작 '중국 조종사의 코시국 생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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