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유를 갈망한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은 소감

by ylight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책이라 오래전에 한번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독서록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두 번 읽으니 처음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또 고민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도대체 처음에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을까? 좋은 책은 한번 읽기 아깝다!

이 책은 카잔차키스가 만났던 실제 인물인 조르바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화자가 조르바를 만나는 대목에서 조르바는 '자신이 인간이며 자유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데, 카잔차키스가 강조하는 핵심 주제이다. 조르바가 가지고 있는 '자유'가 어떤 모습인지는 조르바의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국가와 종교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다!


조르바는 크레타로 가는 배에서 왕과 정치인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답지 않은 소리로 비판하고, 자신이 자른 손가락을 이야기하면서 금욕주의적 종교인과 내세의 삶을 강조하는 종교관도 비판한다. 또한 무고한 터키사람을 죽이면서 얻은 크레타의 자유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난한다. 이처럼 조르바의 말을 통해서 국가가 정치적 이상, 민족주의 이념, 종교적 가치를 내세우며 벌이는 폭력과 전쟁이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이념과 사상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다!


조르바와 같이 배를 타고 크레타로 가는 화자는 지식인이지만, 이념과 사상에 짓눌린 꼭두각시 인형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 화자의 친구는 위기에 처한 민족을 구하려고 싸우는데, 화자는 고귀한 이상을 위해 싸우는 친구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르바를 만나면서 민족이나 하느님을 위한 자기희생을 노예의 사슬에 묶인 것으로 비판한다. 이처럼 지식인 계층에서 나타나는 이념과 사상에 대한 맹신은, 한편으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전쟁과 폭력에 거리낌 없이 뛰어들게 만들기도 한다.


악한 본성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다!


마을 사람들이 화자를 향한 과부의 사랑을 비난하고, 과부를 짝사랑한 마을청년의 자살을 이유로 과부를 살해하는 사건도 인간이 자유롭지 못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가의 제도화된 폭력뿐만 아니라 전근대적인 인습과 복수심에 기인한 우발적 폭력도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선한 본성도 가지고 있지만 악한 본성도 가지고 있는데, 복수심이라는 악한 본성이 군중심리와 결합하여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낼 때 인간의 자유가 설 자리는 없다.


삶의 현장에 충실한 조르바!


조르바는 오르탕스 부인과 사랑에 빠질 때에는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르탕스 부인에게만 집중한다. 또 탄광을 감독하는 일에도 열중한다. 음식을 만드는 데에도 진심이다. 또 춤을 격렬하게 추며 행복에 겨워한다. 삶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혀가는 조르바의 모습은 카잔차키스가 말하고자 하는 자유의 모습이 아닐까? 화자가 현실에 집중하는 조르바를 만나면서 행복을 느끼는데, 조르바와의 만남이 이념과 사상에 짓눌린 지식인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지 않았을까? 조르바는 과부를 살해하려는 마을사람들에 맞서 격렬하게 싸운다. 마치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사처럼.


붓다의 깨달음과 자유


세속과 종교를 부정하는 조르바를 보면서 화자는 욕망을 던져버린 붓다의 깨달음을 제시한다. 하지만 나는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는 조르바의 모습에서 부처를 본다. 조르바는 욕망을 추구하되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일과 음식에 열중하고 사랑과 춤에 몰입하되, 집착하지 않는다. 내세의 삶을 강조하는 종교를 비판하고, 이념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으며, 현실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붓다의 깨달음은 욕망을 던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욕망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한국에서의 자유는?


한국의 시민들은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와 제도의 폭력에 대해서는 맞서 싸워왔다. 이번 계엄 사태에서 보듯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력과 억압에 맞서면서 굴복하지 않는 시민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념과 사상, 욕망과 악한 본성에 굴복하지 않는 자유를 얻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자유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러한 자유에 관심을 두지 못하고, 이러한 자유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열린 마음과 비판적 사고를 통해 건강한 지성을 길러야 하며, 마음공부와 독서를 통해 인간의 선한 본성을 일깨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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