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할 수 있는 용기와 힘에 대하여.
어느 것에 솔직할 수 있다는 건, 참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존재에 애정이 있는지 없는지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겠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부분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를 인지하고 그것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는 게, 요즘 나의 큰 목표다.
눈치가 없는 것과 솔직한 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명백하게 다른 의미이다. 뭐가 올바르고 틀리다고 구분 짓고 싶지 않다. 차라리 눈치가 없이 사는 게 좋은 때도 분명 있기 때문에. 눈치가 없을 수 있는 것도 어찌 생각하면 특권이다. 눈치 볼 일이 없었고,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 삶이었다는 반증이니, 눈치 없는 사람의 삶이 마냥 별로라고 할 순 없지...
근래 솔직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짐이 사실이다. 감정과 생각을 타이밍 알맞게 적당히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시간이 지나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고려해야 할 사람과 일이 많아지니, 당최 솔직할 용기가 안나는 것이다.
왜 용기내기가 무서울까. 나는 상당 부분 상대방 또는 어떤 상황에 부담을 지울까 봐, 혹여 내 의견만 강요하는 무의식적인 폭력이 될까 봐 두려운 것 같다. 상대방을 좋아하여 고백을 했는데, 상대는 그게 아닐 때인 예시가 가장 보편적이겠지. 고백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거니 고백한 자는 고민하여 솔직한 마음을 용기 내어 표현했는데, 피고백자는 그 감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 사람의 감정이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때. 두 쪽 다 곤혹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동의 없는 감정 강요는 명백한 폭력이며, 상대의 거절 즉시 표현을 멈춰야 합니다.)
또 A라는 일을 좋아하고 막연히 해내고 싶어, 몇 달간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마침내 조금은 할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을 공유하고자 가까운 친구에게 말했는데, 그 친구는 '얘가 A라는 것을 해낼 때 난 뭐하고있었냐...한심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예시가 될 수 있겠다. 말을 꺼낸 타이밍이 안 맞았던지, 그들의 마음이 안 맞았던지... 이것도 솔직함으로 인하여 둘 다 마음속 식은땀을 흘리게 하는 예시일 수 있겠다.
솔직하기 너무 어렵다!
난 사람과 어떤 주제와 일과 감정과 의견을 듣고 나누고 싶다. 왠지 마음 맞는 상대를 만나기도 날이 갈수록 어렵고, 만났다 하더라도 솔직할 용기가 쉽사리 나지 않는다.
솔직함에 대상이 있을 때, 분명 항상 솔직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관계에서 항상 솔직하다는 건 무례함으로 이어지기가 쉬울 테니 말이다. 시시각각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다는 건 어떨까?
이 또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아니, 오히려 더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감정과 느낌에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은,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알고 있기 때문에, 표현에 알맞은 시기와 방법을 파악함에 능숙할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시간은 가고, 왠지 모르게 갈수록 맘 편히 좋아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아니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고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존재들에게 솔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짙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용기 내어 적당한 솔직함을 표현하며 살고 싶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지? 연습해야지 뭐.
언제든 죽음과 만날 때, 용기 내 솔직할 수 있을 때 솔직하지 못하여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