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대충 막아내면 안 된다.
오래간 숨어 지내오는 이유는 누군가의 기분이 내 결정을 좌지우지해서 나의 시간과 생활이 뒤엉킨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나 역시 내키지 않는 웃음으로 주변을 대하면 혼자 있는 시간 동안 견디기 어려운 공허함에 몸이 흐느적댔고, 그 마음의 빈 공간은 잔뜩 찌푸린 날씨 같은 우중충한 기운이 채워지기 일쑤였다.
작년에 감사한 일들이 참 많았고 다가오는 기회를 모두 성사시키고파 동분서주했다. 몸소 배우는 교훈은 늘 값지나 몹시 힘들었고 건강은 상했으며 세상 모든 게 싫고 미워지는 역효과를 보았다. 그때부터 미미한 반항과 감정표현을 시도했고 결과는 처참했지만 그간 숨기던 내 실체가 세상에 까발려진 것 같아 찝찝함과 후련함이 수시로 밀려왔다 빠져나갔다.
올해 초부터 필사적으로 사양과 고사를 반복한다. 안 하던 짓을 하려니 가슴이 쿵쾅대고 내 시답지 않은 사정에 벽력 같은 호통이 내리칠까 두려워 정황을 종이에 적어 두어 번 연습한 뒤 전화를 드려 내용을 설명드리는데 목소리는 염소 같고 말은 버벅거려서 내 특유의 사회부적응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그래도 내가 스스로에게 고마워했다. 더 이상은 모두에게 다정하기 곤란하고 하나하나 모든 가능성을 다 살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덕분에 가족이 눈에 들어왔고, 내달리던 자전거도 속도를 줄여 인도에서는 냉큼 안장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가는 여유도 생겼다.
그 누군가 "불행은 긴박과 조급함에서 자라난다."는 투의 언사가 머리를 맴돌아서인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숨고르기도 하고 작은 일에 감사를 되새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