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남자처럼 불우한 삶을 산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화가로서도 그렇지만 자연인으로서도 그는 짧은 인생, 발목에 채워진 형구(刑具)처럼 불행과 고독을 매달고 다녔다.
천재성이 번뜩이는 화가였지만 정신병을 앓았으며 이 때문에 광기를 주체하지 못해 늘 죽음을 상상할 만큼 끝없이 고통에 시달리며 목사인 아버지처럼 성직자를 꿈꿨던 남자. 팝가수 돈 멕클린의 노래(빈센트)로도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다.
밀레의 영향으로 붓을 잡은 반 고흐에겐 그림만이 삶의 전부였다. 그림은 그에겐 삶을 이어가는 끈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밥은 걸러도 붓은 놓지 않았다고 한다. 병약한 몸에도 무서운 집중력으로 10년간 무려 9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그의 그림 한 점에 최고 1000억 원대를 기록할 만큼 전 세계 콜렉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살아생전에 팔린 그림은 딱 1점이다. 그것도 그의 오랜 후견인으로 평생 형을 위해 헌신해 왔던 동생 테오가 샀다.
반 고흐는 전설적인 스토리를 남기고 37세의 젊은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됐지만 굴곡진 인생, 치열한 그림작업, 그만의 강렬하고 독특한 화풍으로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살아생전 지독히 가난하고 특유의 기벽때문에 이웃은 물론 친척들에게 경원시됐던 반 고흐가 91세에 세상을 떠난 파블로 피카소만큼만 살았다면 인생역전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말년을 호사스럽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사후 11년이후부터 그의 그림이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까칠한 성격에 사진 찍기를 유난히 싫어했던 반고흐는 사진은 별로 남아있지 않지만 자화상은 약 40여 점을 남겼다. 그의 자화상엔 세상에 대한 분노와 고독하고 고뇌에 찬 심정이 작품에 가득 담겼다.
그 자화상중 일부와 주옥같은 작품을 오는 3월에 대전에서 '직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 특별전이다.
현재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에 이어 오는 3월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한가람미술관 전시는 평일에도 관람인파가 길게 몰릴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 기업인인 크륄러 뮐러가 컬렉터한 반 고흐 작품을 모태로 건립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소장품 중 76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크뢸러 밀러 미술관에서 소장한 반 고흐 작품은 양과 질에서 '반 고흐 미술관'과 함께 독보적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반 고흐의 대표작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대전시립미술관은 고흐의 예술적 여정을 따라 5개 시기로 나눠 구성했으며 관람객들이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번 전시회는 12년 만에 열리는 세 번째 국내 반 고흐 회고전이기도 하다. ‘자화상’(1887), ‘착한 사마리아인’(1880), ‘감자 먹는 사람들’(1885) 등 세계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기념비적인 명작들로 그림 평가액만 조단위에 달한다는 말도 나온다.
반 고흐는 생전에 “우리가 삶 속에서 나아가려 하면 할수록 삶은 더욱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어려운 투쟁 속에서 심장 깊숙이 자리 잡은 열정 섞인 힘은 발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열정 섞인 힘의 원천은 그림일 테다. 그의 그림 감상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