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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씁쓸한 '스몰웨딩' 지원금

by 박상준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배우 원빈, 이나영 커플은 꼭 10년 전 강원도 정선 깊은 산골에서 100년 가약을 맺었다. 하객도 많이 부르지 않았고 거창한 피로연도 없었다. 가마솥에서 끓인 소박한 잔치국수로 하객들을 대접했다. 청량한 자연과 푸르른 하늘을 배경 삼아 단출하게 치른 산골 결혼식에 든 비용은 약 110만원으로 보도됐다.


이상순, 이효리 부부도 ‘효리네 민박’에 나왔던 제주도 소갈리 집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효리는 방송에서 “난 2층 침대에서 메이크업하고 오빠(이상순)는 1층에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노래를 부르며 온종일 결혼파티를 즐겼다.


하지만 이효리는 “사실 내 결혼식은 초호화 웨딩이다”라고 했다. 하객들 항공료와 숙소를 잡아주면서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진짜 스몰웨딩은 평범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스타’들이야 돈 걱정 안 하고 평소 꿈꿔왔던 결혼식을 올리겠지만 평범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보통의 2030 세대에겐 고민의 출발점이다.


미국 가수 겸 배우인 에디 켄터는 결혼에 대해 “혼자 살았으면 있지도 않았을 문제들을 둘이서 함께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시니컬하게 말했다.


아마도 그 시도의 첫 번째는 ‘결혼식’ 일 것이다. 호텔인가, 예식장인가, 아니면 스몰웨딩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양가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용문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늦어진 결혼연령만큼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결혼자금을 비축했다 해도 ‘집’을 구하는 것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신혼부부의 이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중매쟁이’를 자처하며 ‘미팅’까지 주선하는 지자체에선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이 정도는 약과다.


김수민 충북도 정무부지사는 5월부터 ‘작은 결혼식 지원금’과‘ ’인구감소지역 결혼지원금’을 준다고 29일 발표했다. 허례허식을 벗어나 간소화된 결혼식을 실천한 청년 신혼부부 100쌍에게 작은 결혼식 지원금 2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조건은 총비용 1,200만원 이하의 작은 결혼식이고 혼인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또 제천, 보은, 영동, 괴산, 단양의 청년 신혼부부 480쌍에게 결혼지원금 1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들 지역은 40대 중후반 신혼부부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금액은 전북 김제시가 보기엔 쩨쩨한 액수다. 김제시는 결혼축하금으로 최대 1,000만원을 4회 분할해 지급한다. 충남 논산시도 700만원(3회 분할지급)을 준다. 강원도 영월군은 300만원, 경남 창녕군은 200만원, 사천시와 전남 영광군, 경기여주시는 각각 100만원을 쏜다.

지자체가 이처럼 결혼식에 축하금 형식의 지원금을 주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인기영합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청년세대의 결혼을 유도하고 지역 내 인구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자체의 의도대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신혼부부에겐 도움이 될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23년 신혼부부 1,000명의 예식비용 자료에 따르면 평균 1,390만원을 썼다.

눈 길을 끄는 것은 스몰웨딩이 규모는 작아도 의외로 비용이 컸다는 점이다. 물론 500만원 안쪽으로 치른 사례도 있지만 2,000만원 이상도 많았다.

결혼생활의 스타트라인에 선 신혼부부에겐 한 푼이라도 아쉬운 처지에 지자체의 지원이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지자체도 젊은 층의 정착을 장려하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설사 신혼부부가 직장문제로 타지로 떠난다 해도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잘 산다면 저출산문제가 현안이 된 국가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다만 충북도가 ‘스몰웨딩’을 지원하면서 인원과 총비용의 제한을 조건으로 둔 것은 청년세대의 결혼에 대한 의욕을 부추기기보다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색내기용 전시행정으로 보인다.


3년전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벤처사업가와 결혼한 김수민(38) 부지사에게 1200만원이하로 결혼하라고 하면 납득을 할까. 요즘 물가도, 신혼부부의 마음도 너무 모르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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