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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명품 계곡숲길 5선

by 박상준


어느 시인은 7월을 ‘푸른색 산하를 물들이고 녹음이 폭격기처럼 뚝뚝 떨어진다’고 표현했다. 더위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는 7월은 녹음 짙은 숲속과 청정수가 아우성치며 흐르는 계곡길이 그리운 계절이다. 마이힐링로드가 선정한 명품계곡길은 경남 함양 지리산백무동계곡길, 전북 장수 장안산 방화동 생태길, 전북 무주구천동 어사길, 경북 포항 내연산 폭포길, 강원도 인제 설악산 12 선녀탕계곡길 등 5곳이다.


'여름 지리산의 백미(白眉)' 경남 함양 백무동계곡



경남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드는 가장 대표적인 길목이 마천면 백무동이다. 백무동 들머리에서 한신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여름 지리산의 백미'로 불린다.

험준한 지형상 원시림이 자랑인 한신계곡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 계곡을 따라가는 '산행의 과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코스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다고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한신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비교적 순하다. 거친 곳도, 급한 오르막도 없지 않으나 숨이 찰만큼 급경사는 아니다.

한신계곡의 진면목은 첫나들이 폭포부터 펼쳐진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굽이치는 서늘한 계곡을 바짝 끼고 오르는 길이다. 계곡의 이쪽저쪽을 출렁다리로 건너며 산길을 오르다 보면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폭포와 함께 소(沼)와 담(潭)이 펼쳐진다. 그래서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만큼 걷는 내내 짜릿한 시원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한신계곡에서 가장 웅장하게 쏟아지는 폭포가 바로 가내소폭포다. 폭포의 물줄기가 힘차 '쏟아진다'는 표현보다는 '뿜어낸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내친김에 오층폭포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7km에 3시간 30분이 걸린다. 난이도는 중.


'청정수 넘치는 용소의 선경' 전북 장수 장안산 방화동 생태길



백두대간 산줄기에서 뻗어 나온 전북 장수의 장안산(1237m)은 호남의 명산이다. 육당 최남선이 한국의 대표적인 명산 12곳 중 하나로 꼽을 만큼 골이 깊고 풍채가 수려하다.

덕산계곡은 이 당당한 장안산을 감싸고 흐르는 고즈넉한 계곡이다. 들머리부터 물소리가 장쾌하고 수풀이 우거지고 녹음도 짙다. 계곡을 따라 조성된 방화동 생태길도 완만하고 아늑하게 조성돼 있다.

길가 돌멩이마다 솔이끼, 우산이끼가 초록융단처럼 깔렸고 흙길 지나고 나무다리 건너며 계곡을 탐하다가 적당한 바위에 앉아 탁족을 즐기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계곡이다.

특히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안성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남부군’에서 빨치산 500명이 1년 만에 처음으로 옷을 벗고 물속에 뛰어들어 목욕하던 곳이 바로 덕산계곡의 아랫용소다. 웅장한 암벽 가운데로 물줄기가 호쾌하게 떨어지는 덕산계곡의 아랫용소는 빼어난 계곡미를 보여준다.

힘든 구간이 없고 중간중간 계곡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긴 산책코스다. 왕복 9km에 3시간 소요되며 난이도는 중하.



‘천년 세월을 견딘 옛길’ 전북 무주 무주구천동 어사길



물소리가 청아한 무주구천동계곡 숲길은 천년의 세월을 견딘 옛길이다. 계곡의 굽이굽이가 9,000번을 헤아린다 하여 이름 붙은 구천동계곡은 덕유산 북쪽 사면에서 발원해 학소대, 추월담, 수심대, 수경대, 구천폭포 등 33개의 절경을 만들어 내며 굽이치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비교적 평탄한 산길이며 햇볕이 쨍쨍한 밝은 날도 숲길은 그늘이 짙게 깔려있고 울창한 수림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마음까지 상쾌하게 한다.

이 길은 또 굽이치는 계곡 사이로 전설 같은 사연을 간직한 월하탄(月下灘), 인월담(印月潭), 사자담(獅子潭)등 폭포와 못. 기암괴석이 자리 잡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 길이기도 하다. 유턴지점인 천년고찰 백련사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천년고찰로 경관이 볼만하다.

구천동계곡 월하탄부터 백련사까지 편도 5km, 왕복 10km로 3시간 30분 코스다.



'진경산수화' 경북 포항 내연산 청하골 폭포길



경북 포항엔 청하골이 있다. 내연산이 품은 20리의 물줄기다. 뒷 맛이 산뜻한 술을 연상시키는 청하(淸河)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다.

이 골짜기는 대한민국 대표 '폭포 맛집'으로 유명하다. 끝내주는 풍광을 만들어내는 상생폭, 보현폭, 삼보폭, 연산폭, 은폭, 복호폭, 시명폭 등 폭포만 구경해도 본전이상은 건진다.

가끔 계곡 트레킹을 하다 보면 너무 깊은 곳을 파고들어 숲과 물줄기만 따라 걸을 때도 있는데 내연산 청하골은 하늘이 열려 있다. 계곡과 그 곁을 지키는 웅장한 기암들이 한 폭의 한국화를 그려낸다(실제로 겸제 정선은 이곳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왕복 9km에 4시간 소요된다. 난이도는 중.



'설악의 진수' 강원도 설악산 12 선녀탕 계곡트레킹



12 선녀탕'. 이름부터 고색창연한 '전설'이 떠오른다. 전국 명산의 수많은 용소(龍沼)엔 선녀와 연관된 이름이 붙었지만 그중 가장 전설과 어울리는 풍경을 간직한 곳이 설악산 12 선녀탕 계곡이다.

설악산 북서 사면 쪽에 위치한 절경의 계곡으로 영겁의 세월과 거친 계류가 오묘한 형상을 만들었다. 귀가 먹먹해지도록 세찬 굉음과 더불어 쏟아져 내리는 폭포 줄기, 청동빛 소(沼)와 담(潭), 넓고 흰 암반 위를 부챗살처럼 펼쳐지며 흐르는 와폭 등이 연이어 나타나 그때마다 발길을 붙잡는다.

수십 명이라도 앉을 수 있는 넓고 평평한 암반지대 가운데로 옥구슬 같은 청류가 흐르는

절경 지는 물론 물과 바위가 어울려 빚어낼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이 농축돼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파노라마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남교리주차장에서 출발해 응봉폭포~ 용탕폭포까지 왕복 9km의 원점회귀 코스가 적당하다. 난이도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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