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하는 정치...'찐 하남자'와 '사이코패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박성훈 의원은 최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찐 하남자’라고 표현했다.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네이버’에 물어보았더니 웹 예능의 제목이기도한 ‘찐한 남자’라는 신조어는 검색됐지만 ‘찐 하남자’는 찾기가 힘들었다.

정청래 더물어민주당 대표 / 페이스북 캡처

그래서 지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상남자의 반대말이 하남자이고 ‘찐 하남자’는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진짜 속 좁은 남자’라는 뜻”이라고 알려주었다.

정 대표가 ‘찐 하남자’라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사이코패스’로 불린다.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장 대표를 거론하며 한 말이다. 이쯤 되면 상대방에게 오물을 뒤집어 씌우는 막말의 경연장이다.

양당의 표현대로 하면 지금 여의도 정치는 여야 대표인 ‘찐 하남자’와 ‘사이코패스’가 이끌어가고 있다. 이런 양당 대표의 캐릭터와 서로에 대한 '적대감'으로 볼 때 여야 간 ‘협치’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정 대표는 자기 색깔이 뚜렷한 정치인이다. 청년 시절 미국 대사관 폭탄 테러 및 방화사건의 주인공으로 강성 이미지에다 한동훈 전 장관을 향해 "아주까리기름을 먹어 깐족대냐"는 발언처럼 입이 거칠고, 막말과 욕설의 빈도가 잦아 수차례 물의를 빚었다.

대중 정치인치고는 드물게 특정 보수언론과는 아예 상종도 하지 않고 않을 만큼 호불호가 분명하다. ‘당 대표’처럼 책임 있는 자리에 앉으면 빈말이라도 야당과의 협치를 입에 올리게 마련인데 그는 외려 거침없이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장동혁 대표는 정체성이 애매모호하다. 걸어온 정치적 행보도 오락가락했고 국민의힘 의원 중엔 드물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 표를 던졌으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관해서는 반대를 택했다.

한때 친한계의 좌장이었으면서도 “당 대표가 돼서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할 수 있다면 한동훈 대신 전한길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극보수로 완전히 방향을 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또 당 대표가 되면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했다. 국민 여론에 관계없이 강성 보수층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페이스북 캡처

‘비상계엄’에 동조한 국민의힘을 날려버려야겠다는 여당 대표와 ‘비상계엄’의 장본인인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야당 대표에게 상대방은 증오의 대상일 뿐이다. 서로를 겨냥해 ‘막말’이 난무하는 것은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두 사람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듯 하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친명’후보에게 대승해 자신의 지분을 과시한 정 대표는 포스트 대선 주자로 꼽힌다. 장 대표의 정치적인 꿈은 대통령이라고 할 만큼 야심이 있다. 정치적 길목마다 강성 당원들에게 존재감을 보여야 할 양당 대표에게 ‘타협’과 ‘협상’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이들은 서로 증오하고 반목하며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듯하다. 자신의 길이 옳다는 독선과 아집이 빤히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여의도 정치의 주역이라는 점이다.

강대강 대치에서 의회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정치가 파행으로 치닫는다면 그 피해를 입는 것은 누굴까. ‘찐 하남자’와 ‘사이코패스’는 퇴행하는 한국 정치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