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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과 전율’ 금강산에서 울산바위를 보다

강원도 고성 금강산 신선대 트레킹

by 박상준


강원도 고성 금강산행 관광버스에서 한창 졸고 있는데 친구가 어깨를 툭 치며 오른쪽을 가리킨다.


강원도 인제와 속초의 경계에 있는 미시령 터널을 벗어나자마다 버스 차창밖으로 ‘자연의 걸작’이 눈을 번쩍 뜨게 한다. 첫새벽에 일어나 버스에서 비몽사몽 하다가 거대한 바위의 위용에 잠이 확 달아났다. 외설악의 상징인 해발 873m인 ‘울산바위’ 다.

마힐로가 그 울산바위를 만나러 강원도 고성 금강산을 찾아갔다. 누군가에게 금강산을 간다고 했더니 머리를 갸우뚱한다. “금강산 관광이 끊긴 지 언젠데?” 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금강산은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남쪽 끝에 있는 봉우리가 강원도 고성 신선대다.



금강산과 설악산을 가르는 것은 미시령이다. 그리고 설악산 울산바위를 가장 완벽하게 감상하려면 금강산 신선대를 올라야 한다. 신선대는 가파른 낙타바위의 스릴을 맞보고 싶은 MZ세대의 ‘핫플’이기도 하다.


고성 금강산의 들머리는 신라 혜공왕 때 창건한 천년고찰 화암사(禾岩寺)이다. 마힐로는 오전 10시에 화암사 제1주차장에 도착했다. 하늘은 눈부시게 쾌청하고 공기청정기에서 뿜어 나오는듯한 송진향 맑은 공기가 코끝에 감돌았다.


사찰입구의 코스도를 보니 화암사에서 신선대(해발 645m)를 오르는 코스는 두 가지가 있다. 가파르지만 빨리 오를 수 있는 빨간색 길(1.2km)과 다소 길지만 완만한 노란색 길(2.0km). 하지만 이 친절한 코스도는 무시해도 된다. 난이도는 비슷하다.



어차피 거리가 짧아 쉬엄쉬엄 걷다 보면 1시간이면 신선대에 도착한다. 마힐로는 많은 등산객들이 그러하듯 빨간색 코스로 오르고 노란색 코스로 내려오기로 했다.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신선대까지 오르막길은 특별히 내세울만한 풍경이 없다. 중간중간에 수바위와 시루떡바위가 시선을 끌고 소나무숲길이 나름 정취가 있지만 금강산 명성에 걸맞은 감흥을 주지는 않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꾸역꾸역 올라가 신선대에 도착하면 ‘예고편’ 격인 풍경이 등장한다. 마치 영국 아서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명검 ‘엑스 칼리버’로 두 동강 낸 듯한 바위와 속초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이다. 탐방객들이 갈라진 바위틈 사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이곳에서 간단히 사진을 찍고 ‘입산금지’ 팻말(대체 무용지물인 이 팻말은 왜 붙여놨는지 모르겠다)이 붙은 차단기를 우회해 숲길로 5분만 들어가면 느닷없이 수천 평의 바위능선이 펼쳐지는데 그 ‘어마무시’한 ‘뷰’가 말문을 막히게 한다.



신선대 바위능선 건너편에 둘레가 4㎞에 6개의 봉우리로 이어진 울산바위가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를 내세우며 거대한 장벽처럼 북쪽을 향해 당당히 버티고 있다. 그리고 바위능선 위에 수백 명의 탐방객들이 삼삼오오 셀카를 찍거나 모여 앉아 전망을 즐기고 있다.


개중엔 아들 내외와 함께 눈이 초롱초롱한 한 살배기 손자를 업고 온 할아버지도 보인다. 손자가 커서 먼 훗날 엄마가 찍은 사진을 보면 할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느낄만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신선대의 하늘은 변화무쌍했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구름 또는 안개에 휩싸인 울산바위는 가슴 벅차오르는 장관을 연출한다. 기암절벽의 극치라고 할만하다. 구름에 가린 것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감동이 덜하지는 않다.




바위능선에선 인증샷을 찍기 위해 굳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어느 곳, 어느 방향에서 찍어도 ‘인스타그램’이나 카톡 ‘대문사진’에 올릴만한 ‘인생샷’을 건진다.


신선대 낙타바위에서 난 ‘스릴’과 ‘전율’을 동시에 느꼈다. 천길 낭떠러지의 아찔한 바위 위에서 과감하고 다채로운 포즈를 취하는 MZ세대 탐방객 모습을 보며 심장 박동수가 높아질 만큼 스릴을 느꼈다. 참 대담하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거친 파도처럼 생동감 있게 꿈틀거리는 울산바위를 보며 강한 기와 에너지를 받았다. 나이 탓인가. 금강산 신선대에서 설악산을 감상하는 것은 왠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위대한 자연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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