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엔 이 길' 명품 걷기 길 5선.

by 박상준

‘ 나뭇잎에 바람 한 번 스쳐 가듯 빨리 왔던 시간 들은 빨리 떠나간다’ 이해인의 시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이 말을 실감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맞이를 준비하는 송년(送年)입니다, 길은 늘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송년에 걷는 길은 다릅니다.

트레킹 카페 마이 힐링로드가 꼽은 12월에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는 *충남 태안 해변길 6코스 샛별길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길 *지리산 노고단 눈꽃 트레킹 *전북 내소사~직소폭포 트레킹 *인천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모도 바람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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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낙조' 충남 태안 해변길 6코스 노을길.


바다는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스산한 겨울바다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다. 광폭하게 몰아치는 파도와 바닷바람, 무시로 흩날리는 눈발은 무딘 가슴을 시리게 한다.

특히 한해를 마감하는 송년이라면 동해나 남해보다 서해다.

아름답다 못해 섬뜩할 만큼 황홀한 노을과 해넘이가 장관이다. 태인 해변길 6코스 노을길을 12월의 길로 선택한 이유다.

노을길(백사장항~꽃지)은 인적이 뜸해 겨울바다 특유의 쓸쓸함과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다 서해안 3대 낙조 명소로 꼽히는 이 길을 걸으면 안면도 겨울바다의 독특한 풍정(風情)이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는다. 11.8km로 난이도는 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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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의 귀족‘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


노르웨이 숲. 비틀스 노래 제목이자 무라카미 하루키를 스타작가로 만든 소설 제목이다.

노르웨이 숲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숲의 귀족, ’ 나무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자작나무 숲이다. 자작나무는 20m에 달하는 헌칠한 키에 하얀 속살을 과감하게 드러낸 요염한 자태와 뭇사람의 시선을 휘어잡는 교태가 숨어있다.

한국에선 자작나무 숲을 쉽게 볼 수 없다. 남방한계선 북위 45도 이상에서만 볼 수 있으며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특히 유명하다.

바람이라도 불면 자작나무가 서로 부딪쳐 내는 소리는 아이들이 속삭이는 것 같아서 일명 ’ 속삭이는 자작나무‘라고 불린다.

원대리 백자작나무숲의 청량감은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이국적인 풍광으로 마치 백야에 핀란드 원시림을 걷는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왕복 8km로 난이도는 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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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해와 설경을 보려면 ‘ 전남 구례 지리산 노고단 눈꽃 트레킹


한겨울 산 정상의 능선을 따라 눈 속을 걷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능선에서 운해(雲海)까지 볼 수 있다면 아마 칼바람에도 뜨거운 감동을 느낄 것이다.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우리 중 하나인 노고단 트레킹 코스가 바로 그런 것이다. 한겨울엔 발아래 펼쳐진 능선이 온통 눈밭으로 변한 풍경도 일품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운해 또한 장관이다.

성삼재 주차장에서 내려 휴게소 옆으로 노고단을 오르는 길을 따라 능선을 걸어가면 대피소와 노고단 고개를 거쳐 노고단 정상까지 이어진다. 하루 1870명으로 제한해 인터넷 사전 예약이 필수. 왕복 6km로 난이도는 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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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래구곡이 빚은 절경‘ 전북 부안 내변산분소~내소사 트레킹.


전북 부안은 서해를 향해 돌출된 반도다. 그 반도의 속은 구중궁궐보다 깊어 몽글몽글하게 솟은 아담한 내변산 산속에 자연이 빚은 절경이 숨어있다.

변산반도는 적벽강이 있는 격포항 경관도 빼어나지만 단연 으뜸은 진서면 석포리에 위치한 내소사 그리고 직소보^직소폭포에 이르는 길이다.

높은 산을 오르지 않아도 한 폭의 한국화 같은 경치를 감상하고 싶다면 내변산분소에서 출발해 내소사까지 걸어야 한다.

부안의 겨울은 눈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그 눈 때문에 산상 호수인 직소보의 설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눈부시게 하얀 솜이불 같은 눈을 헤치며 살상사와 직소보, 직소폭포와 제백이제를 거쳐 관음봉에 오르면 가슴이 뻥 뚫릴 만큼 후련해진다. 거리는 10km 안팎이며 난이도는 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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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이 아닌 섬‘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모도 바람길.


석모도 바람길은 눈 맛 시원한 바다 풍경과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나들길의 간판 코스다. 이 길은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삼양염전 자리에 뒤덮인 자줏빛 칠면초가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나문재의 향연과 어우러진 바다와 갯벌, 항구와 해변 등 다채로운 풍광을 간직한 청정 해안 코스다.

또 코스 종점에선 우리나라 3대 관음 도량으로 소원을 빌면 모든 바람을 들어준다는 ’ 보문사‘와 높이 9.2m, 너비 3.3m 바위에 새긴 부처님 형상 ’ 마애석불좌상‘도 만난다. 편도 16km로 다소 긴 편이지만 난이도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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