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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Feb 28. 2022

'새 봄엔 이 길' 명품 걷기길 5선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이성부 시인의 시(봄)처럼 어느새 3월입니다.

지긋지긋한 오미크론도 겨울과 함께 떠났다면 새 봄은 더욱 반가웠을 겁니다. 그래도 봄맞이 길을 여는 3월은 그 자체로도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트레킹카페 마이힐링로드가 선정한 3월의 걷기길은 *경북 봉화 낙동강 예던길 *전남 해남 달마고도 *경남 하동 신흥~의신마을 지리산 옛길 *전북 임실 섬진강 진뫼마을 매화꽃길 *충남 태안 해변길 1코스 바라길입니다.



 '태고의 땅, 구도의 길' 전남 해남 달마고도 트레킹.


한반도의 최남단 해남 땅끝, 해발 489m의 달마산 중턱에 옛길이 있다. 달마산 미황사에 전해 내려오는 옛 12개 암자를 연결하는 암자순례 길이다.

평균 고도 200~350m로, 달마산의 7부 능선을 따라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아름다운 섬들을 조망하며 걷는 길이다. 이름하여 달마고도(達摩古道)다.

달마산은 중생대 백악기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산으로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있고, 크고 작은 돌이 흩어져 깔려있는 비탈 너덜지대가 발달해 있다. 이곳을 삽과 괭이, 지게와 사람의 투박한 손이 일구어 길을 만들었다.

이 길은 미황사에서 시작, 산허리를 따라 돌아 다시 미황사로 돌아오는 코스로 모두 4개 구간에 18km다. 이 길에선 산지 습지와 너덜을 만나고 땅끝의 바다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인공구조물이 전혀 없는 소박하고 진솔한 태고의 땅, 달마고도를 걸으면 마치 구도자가 된듯한 감흥이 마음속에 일렁인다. 난이도는 중상.


 '청정한 천년 옛길' '경남 하동 신흥~의신마을 지리산 옛길.

 

경남 하동은 봄의 고장이다. 봄이면 아연 활기를 띠는 ‘화개장터’, 산수유와 벚꽃이 어우러진 쌍계사, 섬진강 십리벚꽃길, ‘왕의 녹차’로 불리는 야생녹차밭 등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 즐비하다.

하지만 도보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하동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이 있다. 신흥마을과 의신마을을 잇는 ‘지리산 옛길’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선승인 서산대사가 출가한 원통암이 있어 ‘서산대사길’로도 불린다.

길은 시종일관 물길을 따르는데 물은 맑고 오솔길은 어둑할 만큼 나무가 울창하다. 봄이면 바람꽃을 비롯해 제비꽃,현호색,금낭화등 들꽃과 진달래, 산벚꽃, 생강나무꽃을 만날 수 있다.

중견시인 이원규가 손꼽는 길로 지리산 속살의 청정한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바로 이 길이다. 왕복 8.4km이며 난이도는 중.


 '봄내음 가득한 강' 섬진강 진뫼마을~정두랭이골 매화꽃길.



" 나 찾다가 /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 예쁜 여자랑 손잡고 / 섬진강 봄물 따라 /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전북 임실에서 경남 하동방향으로 흐르는 '봄의 강' 섬진강변엔 구담마을과 진뫼마을이 있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과 황순원 원작의 TV 드라마 '소나기' 촬영지인 구담마을은 봄이면 매화꽃이 만개해 무릉도원에 온 듯 툭툭 터진 싱그러운 꽃잎이 흩날리는 깊은 산골마을이다.

진뫼마을에서 시작해 천담마을을 거쳐 구담마을, 정두쟁이골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오밀조밀하고 풋풋한 풍경이 펼쳐져 이 곳이 고향인 '섬진강 시인'김용택의 시구(詩句)가 떠오른다.

어느 봄날 텃밭을 일구다가 매화꽃에 홀려 호미를 팽개 치고 '연인'과 강변으로 소풍 나간 시인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굳이 김용택이 아니더라도 봄볕에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매화향 바람에 날리는 화사한 강 길을 거닐다 보면 누구나 시인(詩人)이 된다. 거리는 12km, 난이도는 중.


 사막과 海松의 조화. 충남 태안 해변길 1코스 바라길.

바라길은 '아라'에서 유래된 말이다. 아라는 바다의 옛말이다.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바라길은 태안 해변길의 제1코스다. 신두리 해안사구와 해변과 해변을 잇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과 바다를 두루 걷는 길이다.

학암포 해변에서 시작해 신두리 해안사구까지 가는 바라길은 총 12.2㎞. 가파른 구간이 없어 누구나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이 길의 백미는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해변을 따라 길이 3.4㎞, 폭 0.5~1.3㎞로 펼쳐진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다.

1만 5000년 동안 파도와 바람에 의해 밀어 올려진 모래가 오랜 세월 바람에 날리며 쌓여 형성된 해안사구를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흡사 사막에 온 듯 이국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처음과 마지막 장면, 도준(원빈)의 어머니(김혜자)가 덩실덩실 춤을 추던 그 억새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모래언덕 너머 억새가 군락을 이룬 억새골의 낮은 언덕은 마치 제주도 오름과 닮았다. 이 길은 또 솔잎이 주단처럼 깔린 소나무숲길도 일품이다. 대략 4시간 소요되며 난이도는 중.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 경북 봉화 예던길


경북 봉화 예던길은 낙동강 시발점에서 청량산 도립공원 입구 청량교까지 9.1㎞ 구간이다. 예던길은 퇴계 이황이 13세부터 숙부 이우에게 학문을 배우기 위해 청량산 오산당(지금의 청량정사)까지 왕래하던 길이다.

노년엔 선조의 만류를 뿌리치고 낙향한 퇴계는 그리스 소요학파처럼 종택에서 청량산까지 50리 길을 제자들과 함께 걸으며 토론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를 존경하는 후학들이 먼 길을 찾아와 옛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그래서 이 길에는 바위 곳곳에 퇴계의 시가 새겨져 있다. 그가 남긴 시를 읊조리며 수려한 풍경 속을 걷는 사색의 길이자 문화답사길을 걸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정신을 맑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터다. 편도길이며 난이도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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