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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Feb 05. 2022

꽃 같은 딸과 나무 같은 사위에게

아름답고 소중한 날, 

나는 우리 집 꽃과 나무 이야기를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구나.

내가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하나하나 눈을 맞추는 것이 있어.

내가 아끼는 우리 집 작은 마당에 화사하고 싱그럽게 핀 꽃이야.

 

아침햇살이 뽀얗게 반짝일 때면 마당의 모든 꽃나무는 나름대로 독특한 아름다움과 향기를 내뿜지. 이럴 땐 환한 미소가 절로 떠오른단다.

 

현란하고 다채로운 꽃이 꽃 대궐을 이루고 있는 마당은 저절로 얻어진 것은 아니야. 

네가 지켜봐 왔듯 늘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투박한 손으로 보살펴줘야 해. 

정성을 쏟지 않으면 꽃은 금방 생기를 잃고 시들게 돼지. 

 


헤르만 헤세의 수필 '정원을 보내는 시간'중엔 이런 구절이 있더구나.


"우리는 파헤쳐진 땅을 다시 평평하게 고르고, 끈을 매 놓은 대로 예쁘장하고 반듯하게 줄을 긋는다. 그 안에 씨앗을 골고루 뿌릴 것이다. 

꽃밭에 어떤 색과 모양의 꽃을 심을지 고심하며 씨앗을 나눠 모아 놓는다. 

하늘색과 흰색 꽃을 여기저기 심고, 미소 짓듯 붉은 꽃을 사이사이에 흩뜨려 심는다"

주름 가득한 얼굴에 땀방울이 맺힌 노 작가가 먼 훗날의 정원 모습을 상상하며 정성 껏 꽃밭을 일구는 정경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구나. 

꽃나무를 가꾸고 마당을 꾸미는 것은 무척 손과 품이 많이 드는 고단한 일이지. 

하지만 사랑과 정성을 듬뿍 담아 공들여 피운 꽃과 정원은 삭풍이 부는 겨울의 모진 추위와 여름의 따가운 햇살과 비바람 앞에서도 굿굿한 생명력을 보인단다. 

이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눈부시게 활짝 핀 꽃은 잔잔한 행복을 선사하지.  


내겐 젊음의 절정에 선 꽃처럼 고운 네가 그래.

나는 너를 마당의 꽃밭을 가꾸듯 25년간 그리 공들여 키웠고 너를 볼 때마다 행복을 느낀단다. 그 귀한 내 딸이 반듯하고 훌륭한 반려자를 만나 내 품을 떠나는구나. 

하지만 너희들은 대견함과 아쉬움, 안도감과 걱정스러움이 교차하는 내 마음을 알까. 

그래서 너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꽃을 피우고 정원을 일구며 얻은 교훈이야.

바로 '다듬는 일'과 '보듬는 일'의 소중함이다.


어디 꽃과 정원뿐일까.

부부 사이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다듬는 것은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늘 수양하는 것이야.

보듬는 것은 넓은 마음으로 상대를 포용하는 것이지.

자신은 엄격하게 다듬고 배우자는 자상하게 보듬어야 한다는 말이다.

너희들이 마음에 깊이 새겼으면 한다.

네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든든한 젊은이와 새 출발을 하는 뜻깊은 날이 다가오는구나.

그땐 너희들을 위해 시를 하나 낭독할까 해.

이수동 시인의 동행이야.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아름다운 꽃과 든든한 나무.

다듬고 보듬으며 오래도록 행복과 사랑으로 꽉 찬 둥근 나이테를 만들어 나가길 간절히 소망할게. 

얘들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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