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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Jan 30. 2022

'2월엔 이 길' 명품 걷기길 5선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 지나고 ‘햇빛에 서리 반짝이는 달’이 왔다. 인디언(피마족)들은 2월을 그렇게 부른다. 감성이 풍부한 인디언들의 표현은 시(詩)적이다. 

‘벌써’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달, 2월이 왔다.  

2월은 겨울을 깨우고 3월을 불러오는 달이다. 계절의 징검다리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2월의 길은 풍광도 다채롭다.

 트레킹 카페 ‘마이 힐링로드’가 꼽은 2월 명품 걷기길 5선은 *경북 봉화 낙동강 세평하늘길 *충남 내포 용봉산 능선길 *강원도 정선 함백산 눈꽃길 *경남 거창 남덕유산 월성재 설경길 *경기도 포천 한탄강 벼룻길이다.



*'오지의 비경' 경북 봉화 낙동강 세평하늘길 트레킹

 

경북 봉화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가 "외지인의 상처를 받지 않고 옛 이끼까지 곱게 간직한 살아 있는 민속촌"이라고 찬사를 보낸 곳이다. 그만큼 아직'순결'한 땅이다. 

그곳에 낙동강 세평하늘길이 있다. 이 길은 봉화 승부역과 분천역을 잇는 약 12㎞ 구간 협곡에 조성된 트레일이다. 

험준한 협곡 사이에 철로 밖에 접근할 길이 없었던 국내 최고의 오지역에 이르는 산길, 강길, 철길, 사람의 길이 함께 하는 코스다.

'승부역은 낙동강의 위협적인 물살이 바위를 깎고 산을 휘감으며 빚어낸 협곡의 절벽에 위치해 있다. 높은 산에 둘러싸여 차도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고즈넉한 간이역 풍경만큼은 정겹기 그지없다.

눈 덮인 바위와 자갈을 미끄러지는 물소리가 삭풍에 섞여 기분 좋은 화음을 만들어내고 행여 눈발이라도 흩날리면 수묵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래서 트레킹의 묘미를 아는 사람들은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일부러 세평하늘길을 찾아간다. 이곳에서는 시간도 멈추고 생각도 멈춘다. 단지 자연이 내어주는 그 비광에 온갖 시름을 내려놓게 된다. 협곡을 따라가는 길이지만 험악한 산길은 아니다.

파노라마 같은 풍광을 감상하며 마실 가는 마음으로 걷는다면 영혼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편도 12.5km로 난이도는 중.



*'충청의 금강산' 충남 홍성 용봉산 능선 트레킹.

 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정조 때 '금정도찰방'이라는 한직으로 좌천돼 충남 홍주^보령 주변을 유람하다가 명산을 만난다. 바로 용봉산(龍鳳山)이다.

다산은 그 산에 올라 기암괴석을 보고 경탄해 유명한 한시를 남기기도 했다. 충남 홍성군 홍북면 평야에 불끈 솟아있는 용봉산은 이름처럼 용의 몸집에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 산세는 상상 그대로다. 

해발 381m로 위풍당당한 모습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이 때문에 들머리인 구룡대에서 능선까지는 멀지 않다.

능선을 걷다 보면 마치 용의 등에 돌출된 갈기처럼 기기묘묘한 집채만 한 바위가 병풍처럼 도열해 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용봉산을 '충청의 금강산'이라고 불렀다. 또 능선에서 360도 각도로 홍성 평야와 내포 신도시가 시원하게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인다.

부드럽고 현란하게 이어진 능선길은 등산 코스가 아니라 하늘에 떠있는 바윗길처럼 잘 짜인 트레킹 코스다. 용과 봉황의 기(氣)가 모아진 산은 큰 일을 앞둔 사람들이 기를 받아 가는 단골 순례지이기도 하다. 편도 7km에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난이도는 중.



*'천상의 눈꽃나라' 강원도 정선 함백산 설경트레킹.

함백산은 맑은 날이면 백두대간 일원의 첩첩산중이 한눈에 들어와 장쾌한 조망을 만끽할 수 있고, 안개나 운해가 드리우면 신비로운 분위기에 도취할 수 있는, 매력 만점의 명산이다. 

초여름의 분홍빛 철쭉꽃과 은은한 가을 단풍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눈부신 겨울 설경이 첫 손꼽히는 절경이다. 상고대와 설화가 만발한 함백산의 겨울 풍경은 환상의 세계다. 

함백산 트레킹 코스는 해발 1.330m의 만항재가 들머리다. 이곳에서 하차해 푹신푹신한 눈밭을 거닐며 전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들에 피어난 설화와 상고대를 마주하노라면, 진정한 겨울산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만항재와 함백산과의 고도차가 불과 24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아 겨울 트레킹을 즐기기엔 적당하다. 왕복 6.2km에 난이도는 중상.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4시간.




*‘겨울 트레킹의 백미’ 경남 거창 남덕유산 월성~월성재 트레킹.

덕유산은 인근에 있는 금강과 서해의 습한 대기가 산줄기와 만나 유독 적설량이 많은 산으로 꼽힌다.

첩첩이 쌓인 크고 작은 봉우리에 눈이 내려앉은 경치가 좋아 겨울 산행 코스로 최고의 인기를 모으는 곳이다.

남덕유산에 있는 월성재 코스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바위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이 소(沼)를 이루는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탐방할 수 있는 코스로 사계절 비경길이지만 겨울에 특히 좋다. 산이 높고 골이 깊기로 유명한 거창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성계곡과 월성재까지 이어진 숲길은 코스의 대부분이 완만한 경사로 눈길에서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나뭇가지에 걸린 눈꽃이 특히 아름다워 겨울 트레킹의 백미로 꼽히기도 한다. 왕복 7.2km로 대략 4시간이 소요되며 난이도는 중상.



*'지질명소 감상하는 청정 협곡' 경기 포천 한탄강 벼룻길.

'한탄강 주상절리 길'은 사시사철 사람들이 찾지만 찬 기온이 대지를 감싸는 겨울에도 빛을 발하는 길이다. 

특히 3코스 벼룻길은 경관이 빼어난 길로 꼽힌다. 명승으로 지정된 멍우리 협곡을 볼 수 있고, 길을 걸으며 나무들 사이로 지질명소를 조망할 수 있다. 

한탄강을 끼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벼룻길은 멍우리 협곡 전망대 부근 계단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평탄하다.

협곡 사이로 둥그렇게 움푹 파인 비둘기낭 폭포는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이 길의 하이라이트.  겨울이 한창인 이맘때는 폭포수가 얼어 있어 콸콸 쏟아지는 시원한 풍경을 만날 수 없지만, 한층 한갓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아득한 과거에 폭발한 화산의 용암과 강물이 만나 빚어낸 30m가 넘는 주상절리, 그 사이에 시리도록 푸른 물을 품은 소(沼)가 보인다.  드라마 <선덕여왕>, <추노> 등의 촬영지였던 비둘기낭 폭포는 그 자체로 비경을 자랑한다.

산등성이를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길을 걷게 되는데 걷는 내내 잘 다져진 흙길과 두툼한 야자 매트가 깔린 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왼편 숲 사이로 주상절리와 협곡, 한탄강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겹겹이 층이 쌓인 독특한 바위를 볼 수 있다. 왕복 12km이며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걸으면 3시 30분 소요된다. 난이도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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