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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Mar 22. 2022

21세기 모나리자, 앤디워홀의 뮤즈 ‘마릴린 먼로’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보다 내 본연의 모습으로 미움받는 것이 더 낫다.(It's better to be hated for what you are than to be loved for what your not).

깊은 여운이 남는 이말은 저 하늘의 별이 된지 60여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빛나고 있는 마릴린 먼로가 한 말이다.

마릴린 먼로하면 누구나 ‘백치미’, ‘섹시아이콘’을 떠올린다. 영화속 이미지가 대중의 머리에 각인시켰다. 조형예술가 j 시어드 존슨이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 '7년만의 외출' 속 명장면을 포착해 2011년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 설치한 높이 9m, 무게 1.5톤의 대형 조형물 ‘포에버 마릴린’은 먼로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입을 살짝 벌리고 환풍구 바람에 뒤집어지려 하는 짧은 흰색 홀터넥드레스를 다급히 붙잡고 있는 뇌쇄적인 모습의 조형물은 시카고 뿐만 아니라 뉴저지, 시카고, 호주등지에도 설치돼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먼로는 단순히 ‘섹스심벌’로 소비하기엔 아까운 배우다. 어린시절 불행한 삶을 족쇄처럼 달고다녔지만 20세기 통틀어 가장 많이 사진이 찍힐만큼 풍부한 표정만큼이나 지적인 면모도 보였다.

고졸출신이지만 독서광이었던 먼로는 약물중독으로 젊은나이에 사망한뒤 공개된 저택엔 문학과 전문 교양서 등 장르를 불문한 책들이 가득 찼다. 고야의 화집을 좋아했고 베토벤 음악을 들으며 시를 쓰기도 했다. 먼로가 남긴 말들이 삶을 통찰하는 메시지가 담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430억원에 크리스티 경매장에 등장한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초상화 /연합뉴스 사진


이런 먼로를 숫한 아티스트들이 숭배했다. 가수 엘톤존은 먼로에게 바치는 노래 ‘바람속의 촛불’을 만들어 불렀고 사진작가 버트스톤은 먼로의 리즈시절을 담은 ‘The last sitting’을 펴내 예술가들의 영감을 이끌어냈으며 시어드 존스는 초대형 먼로 조형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먼로에게 가장 애착을 가진 작가는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워홀이었다. 워홀은 캠벨수프깡통, 롤링스톤스와 마이클잭슨등 대중스타, 마오쩌뚱같은 정치인등 예술성이나 미학과 관련없는 대상을 공장(The Factory)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대량복제가 가능한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먼로 사망후 3개월간 무려 20여점 이상 작품을 남겼는데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무너트린 먼로의 초상화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됐고 대중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작가이면서도 마케팅의 귀재였던 워홀은 “사업을 잘하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라고 했다. 그의 바램대로 자신의 작품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길이가 약 91cm인 정사각형 크기의 1964년작 먼로 초상화가 역대 최고 시작가인 2억달러(2430억원)에 크리스티경매에 나온다고 한다.



이는 역대 최고가 그림(4억7540만달러/5795억1260만원)인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살바토로 문디’의 경매 시작가(1억달러/약 1215억원)를 압도하는 금액이다.


만약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경매에 나온다면 사상 최고가에 낙찰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워홀의 먼로 초상화 ‘샷 마릴린’도 ‘21세기판 모나리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워홀은 예술은 대중을 위해 존재한다는 마인드로 작품을 실크스크린으로 대량생산해 저렴하게 팔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그의 작품은 ‘슈퍼리치’나 소유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치솟았다.


먼로는 36세, 워홀은 58세로 삶을 마감했다. 짧고 굵게 산 셈이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로 당시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던 마릴린 먼로는 “여배우는 기계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계처럼 취급한다. 돈버는 기계처럼”이라는 말을 남겼다. ‘샷 마릴린’의 웃는 얼굴과 달리 먼로의 영혼은 지치고 메말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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