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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Aug 02. 2022

'8월엔 이 길' 명품 걷기길 5선

장마가 끝나니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칩니다. 염천(炎天)에 웬 트레킹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울창한 골짜기에서 경쾌한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트레킹은 한여름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합니다. 거기에 굉음을 내며 거대한 물줄기를 토해내는 폭폭는 자연이 준 선물입니다. 

트레킹카페 마이힐링로드가 꼽은 8월의 명품코스는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 파로호길 *경남 산청 지리산 백운계곡 트레킹 *강원 인제 설악산 수렴동계곡 트레킹. *충남 금산 무자치골 12폭포길 트레킹. *전북 남원  지리산 구룡폭포길 트레킹 입니다.

 

‘수더분한 오지길’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 파로호길’



 

늘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그냥 조용히 던져 둘 시간이 필요하다면,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푹 빠질 수 있는 곳이 제격입니다.

'비수구미^파로호는 바로 그런곳 입니다. 해산을 가로질러 호랑이가 나왔다는 아흔 아홉 굽잇길을 지나면 동촌2리 비수구미 마을이 나옵니다. 이 마을은 화천댐이 생기면서부터 육로가 막혀 오지 중의 오지가 되어 '육지 속의 섬마을'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비수구미는 한국전쟁 직후 피난 온 사람들이 정착해 화전 밭을 일구며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마을입니다. 

아기자기한 계곡을 따라 숲이 우거진 수더분한 임도를 걷다보면 비수구미 마을을 지나 파로호를 만나게 됩니다. 6.25전쟁 격전지로 1955년 대통령 별장이 세워진 이 곳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종종 찾았을 만큼 경관이 빼어난 곳입니다. 전체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적하고 고즈넉해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는 길입니다. 거리는 10km, 난이도는 중입니다.


'물길을 걷거나 폭포와 맞서거나' 경남 산청 지리산 백운계곡 


 

폭염에 물길을 타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고 폭포수 아래 그늘에 비스듬히 누워 짙푸른 녹음과 골짜기를 울리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상상만 해도 팔에 소름이 돋고 더위가 달아날듯 합니다.

지리산 백운계곡은 바로 이런 길입니다. 지리산 웅석봉 서남쪽을 파고든 백운계곡은 골이 깊어 수량이 풍부하며 계곡은 평이하고 위험 구간도 거의 없는 계곡입니다.

계곡코스는 간단합니다. 백운계곡 입구에서 시작해 계곡 바닥으로 내려선 뒤 줄곧 계곡만 타고 오른 후 지리산 갈림길 중간에 끊어진 임도까지 갔다가 곧장 출발지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입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나타나는 크고 작은 폭포들은 어안이 벙벙해질 만큼의 감동과 시원함을 동시에 전해줍니다.

특히 높이 2 ~3m정도의 소형 직폭 아래서 옷을 입은채 그대로 폭포수를 뒤집어 쓸 수 있는 곳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지리산처럼 거대하고 깊은 계곡일수록 물길을 따라 오르내릴때 위험하지만 백운계곡은 이 같은 아쉬움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천혜의 피서 트레킹 코스입니다.

코스는 짧지만 계곡에서 만나는 수많은 폭포와 소, 아름다운 반석에서 휴식을 취하며 물놀이를 즐기다 보면 소요시간을 가늠 할 수 없습니다. 거리는 왕복 6km에 난이도는 중.



'우아하고 유순한 비경' 강원 인제 설악산 수렴동계곡.



내설악의 절경, 수렴동 계곡은 백담사에서 시작합니다.  '百潭'은 '백 가지의 못'이라는 뜻으로, 이 골짜기에 소(沼)와 담(潭)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백담사는 두명의 '海'때문에 유명해졌죠. 만해(萬海)와 일해(日海)입니다. '만해' 한용운은 백담사에서 승려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1926년 '님의 침묵'을 탈고했습니다. '일해' 전두환 전대통령은 30여년전 4천억원대 뇌물수수죄로 한겨울 이곳에서 부인과 함께 귀양을 살았습니다.

수렴동계곡은 내설악 최고봉인 대청봉을 오르는 구간입니다. 흔히 외설악이 뾰쭉한 기암절벽으로 남성미를 자랑하는 반면 내설악은 우아하고 여성적인 비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내설악의 대표계곡인 수렴동계곡은 백담계곡 상류인 백담산장 위쪽에서부터 구곡담계곡과 가야동계곡이 갈라지는 수렴동대피소까지의 약 5km 구간의 계곡을 가리킵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완만하고 유순하며 경치도 더 빼어납니다.  현란한 아름다움보다는 그윽한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물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울창한 숲을 끼고 있으면서도 모나지 않으며 부드러운 암반들과 아기자기한 조약돌이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길입니다. 거리는 왕복 10.5km이며 난이도는 중입니다.



폭포의 전시장. 충남 금산 무자치골 12폭포길.


 

백두대간과 금남정맥 사이로 금강이 굽이쳐 흐르는 금산은 '금수강산(錦繡江山)'을 줄인 이름입니다.

그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난 고장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이름을 얻은 데는 금산과 전북 진안에 걸쳐 있는 성치산(해발 648m) 무자치골이 숨겨놓은 십이폭포 덕이 큽니다. 

사람들은 12개의 폭포라고 하지만 막상 계곡으로 들면 크고 작은 폭포가 셀 수 없이 이어집니다. 12개의 대표적인 폭포에는 저마다 이름을 붙였지만, 폭포 갯수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무자치골이 '폭포 전시장'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폭포뿐만 아니라 용소와 담이 산정 아래까지 이어진 계곡은 탁족을 즐길 수 있는 너럭바위가 지천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가다서기를 주저하지 않을 만큼 눈길 주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입니다. 걷는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함께 선사하는 흔치 않은 여름트레킹 코스입니다. 난이도는 중상, 소요시간은 4시간 입니다.



동편제의 성지,전북 남원  지리산 구룡폭포길 트레킹.


 

전북 남원 구룡계곡은 만복대, 고리봉, 세걸산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의 왼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육모정에서서구룡폭포까지 4km 가량 이어지는 계곡 길은 때 묻지 않은 청정자연이 펼쳐지는 곳입니다.이 길은 수려한 산세와 깎아 세운 듯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코스의 종착지인 30m 길이의 구룡폭포는 비스듬히 누운 와폭(臥瀑)입니다. 남원 사람들이고장의 제1경으로 꼽고 있는 명소로,9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룡폭포는 동편제 소리꾼들이 목소리를 틔었던 판소리의 성지(聖地)나 다름없습니다.폭포 주변은 풍광을 속속들이 탐방할 수 있도록 나무 데크와 철제 데크, 흔들다리 등을 설치했고,기암괴석 사이로 거친 물살이 굉음을 내며 쏟아집니다.폭포 정면에 설치된 출렁다리에서 바라보기만해도 황홀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폭포감상을 마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왕복 8km에 3시간30분 남짓 걸립니다.긴 코스는 아니지만 업다운이 적당히 있는 난이도 중급의 짧고 강한 임팩트를 주는 코스입니다. 단풍철인 가을도 좋지만 여름엔 짙은 녹음과 가파른 폭포의 조화로 색다른 감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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