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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Jan 20. 2023

고은 이라는 미망(迷妄)속에 헤매는 피라미드 문단

고은 시인의 시집을 출간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실천문학사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실천문학사 홈페이지 캡쳐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연합뉴스에 보내온 입장문에서 "이번 사태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지난 17일부터 시집 공급을 중단했으며 계간지 '실천문학'도 2023년 봄호까지 정상 발간한 뒤 휴간 기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집 간행 전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출판을 결정한 점과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게재된 '김성동 선생 추모 특집'(고은 시인의 추모 시) 건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구효서 주간님과 편집자문위원들께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여론의 거센 역풍에 실천문학사는 "회수한다는 말은 사실무근이다"라며 "그럴 책이면 처음부터 출간하지 않았다"고 버텼으나 결국 시집 공급중단과 휴간이라는 막다른 길에 몰렸다.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와 관련 문학전문지 뉴스페이퍼가 지난 9일 공개한 설문조사(문인 172명, 독자 1817명 참여)에서 99.2%가 복귀에 반대했다. 찬성은 불과 16명(0.8%) 였다. 고은 시인에 대한 세간의 차가운 시선을 보여준다.

매년 노벨상 시즌 때마다 단골 후보로 국내외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던 고은 시인은 지난 2018년 최영미 시인이 성추행 의혹을 공론화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최 시인과 동아일보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9년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고은 시인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 동료 문인, 독자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2018년 3월 생뚱맞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공개된 성명에서 고은 시인은 "자신이나 아내에게 부끄러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계속 집필하겠다"며 "나의 과거 행실이 야기했을지 모를 의도치 않은 상처들에 대해 이미 사과의 뜻을 표한 바 있지만 일부 여성들이 나에 대해 제기한 습관적 성폭력 의혹에 대해선 단호히 부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고은 시인은 5년 만인 최근 실천문학사과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함께 펴냈다. 이에 대해 최영미 시인은 실천문학사에 대해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이라고 했다. 이에앞서 최 시인은 "대적해야 할 상대는 고은 시인 하나가 아닌 '그를 키운 피라미드 문단 전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천문학사가 출근한 고은 시인의 시집 에 대해 출판사는 '고은과의 대화'에서 "등단 65주년을 맞아 시의 깊이는 더해지고 시의 감수성은 처음 그대로인 목소리로 강렬하고도 은근하게 속삭인다. 여기서 '무(無)'는 '허(虛)'도 '공(空)'도 포함한다고 했듯이 '무의 노래'는 없음의 노래가 아니라 그 너머까지 포함하는 언어 너머의 언어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무의 노래'처럼 '공허(空虛)'한 말의 성찬(盛饌)이다. 본능에 충실한 조잡한 일탈로 스스로를 추락시킨 시인의 미학과 언어는 그저 언어의 유희(遊戲) 일뿐이다. 그리고 '피라미드 문단'은 여전히 고은이라는 미망(迷妄) 속에서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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