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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Mar 27. 2023

훼손되고 오염된 채 방치된 '지질박물관'

경기도 연천 차탄천 주상절리길


경기도 연천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많다. 임진강 적벽과 재인폭포, 차탄천 주상절리등으로 자연이 만든 ‘지질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연천과 철원은 신생대 이전부터 화산활동이 유난히 활발했던 것 같다. 용암이 흐르다가 식으면서 암석이 촘촘하게 박히고 침식과 풍화가 반복되면서 강과 하천을 따라 주상절리의 협곡이 병풍처럼 이어졌다. 

이 때문에 지질탐방을 겸해 독특한 풍광을 감상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코스다.


마침 이곳을 걷기 위해 지난주 경기도 연천군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차탄천 주상절리길은 연천에서 전곡읍까지 9.9km에 이르는 구간으로 깨끗한 물과 함께 용암 협곡의 주상절리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막상 차탄천 주상절리길을 갔다가 ‘참담한 실망’만 한가득 안고 돌아왔다. 아마도 군청홈페이지에 홍보글과 사진을 실은 연천군 관광부서는 최근 몇 년간 이곳을 방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지질공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군청의 관리상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차탄천 수질이 놀라울 만큼 오염됐다. 적어도 지질공원이라면 수질부터 맑고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환경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물론 차탄천에 반영된 주상절리를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차탄천은 시멘트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물이 탁한 정도를 넘어 일부 구간엔 생활오수의 유입으로 역한 냄새까지 났다. 

또 길 상태가 나빠 걷는 도중 다칠 위험도 있다. 지난해 수해가 난 뒤 일부 구간이 유실됐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군청 홈페이지 차탄천 주상절리길 소개난에 이런 점을 게시해야 했다. 코스 중간지점 탐방객들이 가져다 놓은 작은 돌을 의지에 하천을 건너다가 동행인이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길에 돌무더기가 방치된 구간도 많아 길을 걷는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주상절리가 펜션을 떠받히고 있는 볼썽사나운 광경도 많았다. 물론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허가를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훌륭한 자연유산 위에 숙박시설을 허가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갔다.




여기에 연천군청 공무원들의 ‘복지부동’도 지적하고 싶다. 차탄천 트레킹을 떠나기 전 코스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군청 관광과에 문의했으나 전화를 받은 직원은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전화를 주겠다고 했지만 그뿐이었다. 다른 직원도 이 길에 대한 정보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차탄천 주상절리길을 홈페이지에 버젓이 홍보해 멋모르고 찾아오는 탐방객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천혜의 관광자원은 지자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웃 강원도 철원 한탄강 잔도길엔 한 해 관광객이 1000만 명을 육박한다. 관광객이 오면서 신용카드 소비액이 33.6%가 늘었다고 하니 관광시즌엔 식당과 숙박업소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지역농특산물이 날개 돋친 듯 팔렸을 것이다.

하지만 연천군은 하늘이 내린 주상절리도 오염시키고 훼손하고 방치하고 있다. 코스가 문제가 있다면 연천군은 이곳을 답사하고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서 탐방객들이 올지 말지 판단하게 해야 하지만 팔짱만 끼고 있다. 이래놓고도 탐방객들이 오길 바란다면 ‘’ 도둑놈 심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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