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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Mar 28. 2023

그는 세상을 버렸지만 세상은 그를 사랑했네

시대의 아이콘 장국영 20주기

 “습기 가득한 아열대적 고독으로 시간의 그물에 걸린 허무와 감상을 표현한 배우"

  누군가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만우절인 매년 4월1일만 되면 떠오르는 배우겸 가수가 있다. ‘레슬링 창’이라고 불리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홍콩느와르의 상징이었던 장국영이다. 꼭 20년전 그날 장국영은 자신이 머물던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24층 객실에서 몸을 던졌다. 배우로서 절정기인 46세때였다. 


그가 투신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알려지자‘베르테르 효과’처럼 9시간만에 홍콩에서 6명의 팬의 그의 뒤를 따랐다. 2005년 중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한 영화팬 설문조사에서 가장 사랑 받는 남자배우 1위에 꼽혔던 장국영은 날개잃은 새처럼 스스로 추락해 이젠 전설이 됐다.


장국영은 한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한 꽃미남 배우로 인식됐지만 작가주의 색이 짙은 예술영화나 저예산영화를 선호한 연기파배우였다. ‘영웅본색’, ‘종횡사해’, ‘아비정전’ ‘해피투게더’, ‘이도공간’등 필모그라피를 보면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처럼 강렬한 에너지로 완벽하게 캐릭터에 녹아든 천상 배우였다.


퇴폐적이고 허무적인 표정으로 흐느적거리며 맘보춤을 추던 아비정전의‘아비’나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예술과 삶을 혼동하다 이념의 수례바퀴에 짖눌려 숨을 거두는 패왕별회의 ‘데이’는 장국영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다.


장국영은 다재다능한 스타였다. 국내에선 배우 이미지에 가렸지만 중화권에선 가수로 더 유명하다. ‘모니카’로 톱가수 반열에 올랐으며 ‘백발마녀전’의 주제가 ‘황안백발’과 ‘금지옥엽의 주제가 ‘추’를 작곡하고 히트시켜 대만 금마장과 홍콩 금상장을 수상했다. 


한국팬들도 많아 ‘총애 장국영’ 앨범은 국내에서도 50만장 이상 팔려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지난 1989년 오리온제과의 초콜릿 투유 광고에 출연했고 KBS ‘젊음의 행진’과 인기토크쇼 ‘자니윤쇼’에도 나와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매년 4월초 홍콩은 '장국영 시즌'이라고 할만큼 성대한 추모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그의 20주기 추모 행사 ‘타임리스 레슬리 인카운터’ 이벤트가 23일부터 4월 2일까지 ‘올림피안 시티’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장국영과 연결된 20가지 스토리를 내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31일 열리는 스토리 공유 세션엔 장국영과 사이가 두터웠던 지인, 동료들, 팬들이 생전의 그와 직접 만나 교감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가수 '마이크 창'이 장국영의 명곡을 공연한다.


팬들이 제공한 3000여 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대형 디지털 모자이크 작품과 영상 클립 20편이 430인치 TV 화면을 통해 펼쳐지고 그가 출연한 영화와 노래 가운데 팬들이 직접 선정한 잊지 못할 작품들이 네온광 벽면을 통해 상영되며 자동 연주되는 그랜드피아노가 8곡의 노래를 들려줘 그를 반추하게 한다.


장국영은 죽기전 ‘감정소인 무심변애세(感情所因 無心變愛世’/ 감정에서 곤혹을 느껴 세상을 사랑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은 강산이 두번이나 변했어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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