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미네르바스쿨이 있지만 한국엔 태재대학교가 있다. 2012년 벤처기업가 벤 넬슨이 세운 미네르바 스쿨은 역사도 짧고 100% 온라인 수업만 해 캠퍼스가 따로 없지만 전세계 인재들이 선망하는 대학중 하나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설립추진위원장
해마다 200명을 뽑는데 전세계에서 2만5000명의 젊은인재들이 몰려들어 1%만 입학이 허락된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것 만큼 힘들게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후 애플, 구글등 글로벌기업 입사하거나 스타트업을 창업한다.
태재대학교는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전 회장이 2년전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조 전 회장은 자녀 승계대신 회사의 가치를 계승 발전시킬 비전을 갖춘 투자자를 찾다가 지난 2021년 10월 보유지분을 ‘IMM 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해 1조 4500억 원을 손에 쥐었다.
조 전회장이 한샘 매각 후 꿈꾼 것이 육영사업이다. 그래서 그는 대학 재학 중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온라인 수업을 하는 미네르바 대학을 벤치마킹해 한국에 테재대학교를 설립했다.
태재대학교는 교육부로 부터 설립인가를 받고 올 9월 개교한다. 내년 3월과 9월엔 한국 학생 50명, 외국인 학생 50명을 모집해 본격적으로 엘리트 인재양성에 나선다.
태재대학교는 개교전부터 박수를 받고 있지만 설립전부터 논란이 된 전남 나주의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은‘천덕꾸러기’ 또는 ‘뜨거운 감자’로 취급받고 있다. 여론의 역풍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전을 내세워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대학을 무리하게 설립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수십조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전력이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2022년 3월 개교했다. 한전은 2019년부터 2031년(개교 후 10년)까지 대학 최종 설립에 필요한 자금 1조471억원을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남도와 나주시도 개교 후 2022년부터 10년간 각각 1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한전공대에 투입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살림살이가 부실한 지자체가 감당하기엔 버거울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경영부실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전이 더이상 한전공대를 지원할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는 점이다. 설립구상 단계부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이 현실이 됐다. 한전공대가 당초 목표대로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올라서려면 연구시설과 강의실을 완비하고 연구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공사중인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대)
재정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지금 한전은 구조개혁을 앞두고 있고 윤석열 정부는 대학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한전은 한전공대 건물 공사를 2~3년 이상 연기해 공사비 지급을 늦추고, 계획된 건물도 필요성을 검토해 건설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고 한다. 자칫 대학의 목표가 물거품이 될 상황에 빠졌다.
한전공대의 현실은 이미 예견됐지만 환경도 악화일로다. 대학사회는 이미 고난의 터널에 들어섰다. 대학간 양극화 현상도 심하다. '학령 인구감소'로 가장 큰 충격을 받아 대입 정원이 대학 입학자원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또 올해는 대학의 초과정원이 16만 명을 넘어서 정원 미달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이 더욱 가속도가 붙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캠퍼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전공대의 갈 길은 뻔하다.
조창걸 회장은 대학 준비 위원회 이사진에게 “돈 아낄 생각하지 말고 최고로 투자하자”고 했다. 자신의 확고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설립한 태재대학교의 육성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정부의 정치적인 논리에 발맞춰 개교한 한전공대는 재정난 때문에 ‘미래’가 암울해졌다. 일각에선 성격이 비슷한 타대학과의 통합설도 나온다. 한전공대는 과연 간판을 유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