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코스모스와 꽃피는 시기와 모양이 비슷해 때론 햇갈리기도 하지만 외래종 꽃인 금계국은 놀랄만한 번식력으로 어느새 토종꽃들을 제치고 여름을 대표하는 꽃이 됐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금계국은 우리나라엔 1990년대에 들어왔다. 그래서 중장년층에겐 개망초, 패랭이꽃, 쑥부쟁이, 능소화와 달리 어린시절 금계국에 얽힌 추억이 없다. 어르신중엔 옛날엔 듣도 보도 못했던 꽃이 시골에도 지천이라며 혀를 차기도 한다.
금계국은 강인한 생명력과 엄청난 개체의 확산으로 타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꽃이지만 꽃 자체만 놓고 보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이쁜꽃이다. 꽃이 흔하다고 해서 폄하할 수는 없다. ‘상쾌한 기분이라는 꽃말이 말해주듯 ‘황금닭벼슬’을 닮은 꽃은 때론 보기만 해도 기분을 전환시킨다.
청주 근교에서 금계국을 원없이 볼 수 있는 곳은 문의면에 있는 ‘월리사’다. 휴일에 월리사로 전화해 금계국이 피었느냐고 물었더니 보살은 “어마어마하게 피었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월리사로 소풍 갈 이유가 충분했다.
청주 문의면 소재지에서 청남대로 가다가 대청호반 최고 오지인 소전리 벌랏마을 방향으로 좌회전해 깊숙이 들어가다보면 우측에 샘봉산 중턱의 월리사 이정표가 나온다. 전설에 따르면 월리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했으니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산밑에 난 길 입구는 소나무가 울창해 오솔길만큼이나 좁지만 좀 더 진입하면 넒은 구릉지가 월리사까지 펼쳐진다. 금계국은 수만평에 달하는 구릉지에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온통 노란색이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면 알음알음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만 이런 장관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월리사는 올부터 아예 금계국축제를 연다. 개막식은 9일이지만 이번 주말에 벌써 80%는 피었다. 아마도 일주일만 지나면 구릉지는 물론 산비탈까지 금계국으로 뒤덮일 것이다.
물론 금계국이 월리사의 전부는 아니다. 법주사 말사인 월리사는 대웅전, 삼성각, 요사채만 달랑 있는 작은 절이다. 중창한지 오래되지 않아 그리 고풍스럽지 않고 경내엔 그늘 짙은 나무도 드물다. 하지만 세심하게 둘러보면 은근히 볼 것이 많은 절이다.
샘봉산 품에 안긴 사찰은 자연의 풍광을 거스르지 않는 전각들과 손끝이 야무진 60대 보살이 가꾼 언덕과 돌틈 사이로 핀 꽃들이 고졸(古拙)한 산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보살은 꽃도 잘가꾸지만 말솜씨도 청산유수(靑山流水)다. 꽃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을 듣다보면 월리사에 대한 진한 애정을 갖게 된다. 금계국 군락엔 주지스님과 보살의 정성이 배어있다, 전국에서 처음 열린다는 금계국 축제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월리사와 금계국에 대한 추억을 한가득 가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