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오지 않는 말

멈추지 않는 스리

by 오늘도스리


“아빠는 폰만 보지.”


스리와 엄마는 아침을 먹으며 소소한 수다를 떤다. 어제 조금 피곤했던 스리는 ‘누가 누가 더 피곤한지 대결’을 시작한다.


“엄마는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 정리. 다섯 가지잖아?

나는 씻기, 인형놀이, 정리, 만들기, 학교, 태권도. 여섯 가지야.

누가 더 힘들겠어? “

“스리가 더 힘들겠다~ 맞아, 사는 게 원래 그렇게 힘들어. 하하하.”


억지 논리가 귀여워서, 애미는 웃음을 터뜨린다.

스리와 애미가 꽁냥 거리는 동안에도 애비는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어느새 스리의 시선이 애비의 휴대폰으로 향한다.

한껏 올라갔던 입꼬리가 이내 내려앉는다.


“그리고 아빠는...”


스리의 표정을 살피던 애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힘주어 말한다.


“아빠는 폰만 보지.

밥 먹을 때 폰 봐.

똥 쌀 때 폰 봐.

우리가 뭘 하든 폰만 봐. 그거 하나야. “


속사포 같은 말에 스리는 까르르 웃는다.


“아빠는 지금도 폰만 봐. 하하하”


둘이 한참을 깔깔거려도,

대화의 주인공은 화면에 사로잡혀 꼼짝하지 않는다.

손바닥만 한 세상이, 그를 집어삼키고 있다.


며칠 후.


“아빠가 폰 보면, 나도 보고 싶잖아.”


한동안 못 본 척하던 스리가 다시 말을 꺼냈다.

처음엔 불공정에 대한 문제제기였다면, 이번엔 애비를 향한 애원처럼 들렸다.

그동안 애미는 잘못된 화살도 쏘아보고, 농담처럼 흘려도 보고, 진지하게 말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말들은 모두 애비에게 닿지 못한 채 허공에서 사라졌다.


“스리야, 아빠한테 여러 번 얘기했는데도 아빤 그대로야.

아빤, 엄마 말 안 들어. “


애미는 또다시 멈추고 싶다.

이 말도 애비가 아닌 스리를 향해 외치고 있다.

이게 최선이라고, 엄마가 할 수 있는 게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는 찰나!


애비가 고개를 든다.


“아하하하, 안 보면 되지.”


애비는 화면에서 손을 떼고, 스리를 바라본다.

사실은 다 듣고 있었다는 듯이.


스리는 그 눈 맞춤을 놓치지 않는다.

이것이 스리에겐 기회였다.


“아빠. 엄마랑 나는 집에서 하는 일이 여섯 가지인데,

아빠는 한 가지밖에 없어. 폰 보기. “

“그럴 리가?”

“아빠, 엄마랑 나는 집에서 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데...

아빠는 폰 하나잖아! “


애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스리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다.

변명을 할 수도 없다.

어떤 약속도 할... 자신이 없다.


애미는 스리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전혀 통쾌하지가 않다.

아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게 된 상황이 씁쓸하다.

결국, 또 스리 혼자 싸우게 만들었다는 자책이 밀려온다.


더 이상 물러설 자리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다.

다짐을 단단하게 만들어, 말 덩어리들을 잘게 부순다.

이제는 그 말들을 제자리에 내려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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