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야 잘 들어줘
애비의 변화는 쉽게 오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전혀 다름이 없다.
애비손에는 여전히 휴대폰이 찰싹 붙어있다.
그럼에도 스리는 기대를 멈추지 않았다.
밥을 먹으며 할 수 있는 퀴즈놀이를 제안했다.
애비가 폰을 보느라 놓칠 때면 애미에게 눈빛을 보냈다.
애미는 이제 머뭇거리지 않았고,
스리의 바람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 마음을 말로 바꿔냈다.
“애비야 야구가 중요해? 스리가 같이 하자고 하잖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폰 좀 내려놔. “
“그래? 이럴 수가...”
화면을 끄는 애비.
그에겐 그저 이런 말들이 익숙하다.
마음속 언어를 꺼내본 적이 없어서,
무게 있는 대답 대신 상황을 피하는 가벼운 말만 흘러나온다.
대신 애비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보던 화면을 이제는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놓은 것도 아니었다.
애미가 후식을 준비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애비의 시선은 또다시 폰을 향한다.
“아빠, 폰 꺼. 폰 끄라고. 폰 좀 꺼! “
스리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아이가 아빠를 혼내는 풍경, 어쩔 수 없다.
잠시 후, 스리가 주방으로 달려와 말한다.
“엄마~ 아빠가 세 번 만에 폰 껐어.”
후식을 건네주며, 애미는 스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와~ 세 번 만에 껐으면, 아빠도 잘한 거네.”
애비에게 들리도록, 크게 말한다.
애비가 당장 변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어쩌면 끝까지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애미는, 묻어둔 말을 다시 꺼내놓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적어도 애미는 뒷걸음치지 않고, 나아가는 방향을 택했으니까.
스리도 뿌듯하다.
자신의 말을 애미가 대신 전해줬고, 애비에게 잠시라도 통했다.
스리는 그 과정을 눈으로 확인했다.
‘우리 엄마아빠는 내 말을 들어주고 있어.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어!’
이제, 스리의 말이 직접 말이 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