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스텔란티스 (지프 랭글러)
지프, 푸조, 피아트, 크라이슬러, 시트로엥, 마세라티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모두 한 지붕 아래 있다. 바로 세계 4위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다.
그런데 이 거대한 자동차 공룡이 중국 시장에서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스텔란티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막심 피캇은 “서구 브랜드가 중국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더는 많지 않다”며, 그동안 감춰왔던 속내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그의 이 발언은 자동차 업계에 충격파처럼 퍼졌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인 중국에서, 글로벌 빅4 기업마저 철수를 택한 상황은 다른 서구 브랜드들의 미래가 얼마나 어두운지를 방증하는 신호탄이다.
피캇 COO는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주최한 ‘자동차의 미래’ 서밋에서 중국 브랜드들의 공세가 모든 세그먼트에서 서구 업체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출처: 스텔란티스 (푸조 308)
그는 특히 “C 세그먼트 준중형 가솔린차가 서구 브랜드의 마지막 거점이었지만, 이마저도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이 가솔린차 점유율 1,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피캇은 이 역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단언했다.
스텔란티스는 이미 중국 시장 현지 제조와 판매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 대신 전기차 신생 업체 립모터에 15억 유로(약 2조2000억원)를 투자해, 유럽과 중국 시장을 동시에 노리는 립모터의 판매 확대를 지원 중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는 세계 1위 시장으로, BYD, 니오, 샤오펑, 지리 등 현지 브랜드들이 가격, 성능, 기술력, 충전 인프라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다.
출처: 스텔란티스 (마세라티 폴고레)
실제로 중국 EV 시장 상위 10위 중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는 모두 중국 업체들이다.
현지 소비자들은 이제 ‘글로벌 브랜드’보다 ‘중국 기술력’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으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전기차 육성 정책 역시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를 비롯한 유럽 볼륨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힘을 잃은 이유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 줄어서가 아니다.
플랫폼 전환 속도, 배터리 경쟁력, 소프트웨어 역량 등에서 중국 브랜드들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출처: 스텔란티스 (피아트 500e)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에서의 철수는 서구 브랜드들이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도 유사한 압박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이번 스텔란티스의 철수 선언은 단순한 전략 변경이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장의 패권 변화가 절대적이라는 법은 없다. 토요타, 현대차, 폭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그리고 시장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기술과 아이디어가 지배하는 산업이다. 중국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의 독주를 견제할 새로운 승부처는 분명히 존재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더 치열하고 창의적으로 진화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