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렸을 뿐인데 턱관절이 아플 줄이야
어느 날 인가부터 뒷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잠을 잘 못 자서 그런가 하고 무심코 넘겼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왜 그렇지.
지난 며칠 간의 일들을 되짚어 보았다. 별다른 특이점은 찾을 수 없었다.
운동을 하면 나아질까 해서 줌바를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화실 가는 날도 시간을 내어 운동을 다녀왔다.
운동을 하고 나면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화실에 다녀오고 오후가 되면 통증이 여전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려고 입을 벌리는데 턱이 아팠다. 턱이 아픈 적은 처음이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별일 아니겠거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다.
점심을 먹을 때도 저녁을 먹을 때도 통증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다. 입을 반복적으로 벌리며 턱 스트레칭을 해줬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입을 벌려봤다. 왼쪽 턱에서 뚝뚝 소리가 나고 통증이 더 심해졌다. 이젠 오른쪽 치아도 아팠다. 음식을 씹는 것이 몹시 불편하고 맛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씹기 시작할 때는 통증이 심하다가 반복해서 씹으면 좀 나아지곤 했다.
병원에 가야 하나?
어느 병원에 가야 하지.
치과에 가야 할까? 아니면 정형외과인가?
턱이 아프면 어느 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까?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치과의원을 방문하는 것이 맞았다.
집 근처 다니던 치과에 전화를 했다. 턱이 아파서 진료를 받을 수 있냐는 물음에 턱관절은 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다른 치과의원에 전화를 했다. 턱관절은 구강외과 진료를 보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역시 진료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치과의원은 구강 내부를 진료하는 구강내과와 턱관절, 양악수술, 발치 등을 진료하는 구강악안면외과로 나눈다고 한다.
구강악안면외과를 검색해 병원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진료를 볼 수는 있었도 물리치료나 처방은 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다른 병원에 몇 번을 더 전화했고 같은 대답뿐이었다.
가고 싶어도 병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통증 때문에 검색과 전화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턱관절 진료를 보는 치과를 알고 계신가요?
마침내 어떤 친절한 간호사께서 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을 알려 주셨다.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고 알려준 병원에 전화를 했다.
초진이고 턱이 아파서 진료예약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초진인 경우에는 진료예약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진료를 볼 수 있냐는 말에 방문해서 대기하다가 텀이 생기거나 진료가 취소된 건이 생기면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대기 시간은 한 시간이 될지 얼마가 될지 모른다고 했다.
진료받는 병원 찾기도 힘들었는데 진료받기는 더 어려웠다.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병원을 방문했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진료 시작 시간부터 기다리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했으니 접수를 하고 느긋하게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다.
데스크에 물어보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한다. 그렇게 삼십 분이 더 지난 뒤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우선 턱 사진을 3D로 찍었다. 그리고 또 기다렸다. 진료실 안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치아치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 긴장되었다.
치과나 산부인과 진료는 언제나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의사와 간호사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화장실 다녀올 틈도 없어 보였다. 얼마나 기다려야 내 차례가 올까 싶었다. 긴 기다림 끝에 의사가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턱을 잡고 입을 벌려보라고 하더니 언제부터 아팠는지 증상이 어떤지 이것저것 물었다. 그리고 최근에 딱딱한 것이나 질긴 것을 먹었는지, 자면서 이를 가는지, 치아를 꽉 무는 습관이 있는지도 물었다. 생각해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전기치료와 적외선으로 물리치료를 받았고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설명해 주셨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사용하다 보면 턱관절도 노후로 약해져서 그럴 수 있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바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일 년 넘게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 턱관절이 심해지면 턱뿐 아니라 두통과 귀, 안면 비대칭까지 생길 수 있어 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온찜질을 해주고 일상생활에서 입을 크게 벌리는 일을 주의하라며 약은 근육이완과 진통제로 일주일분 처방해 주었다.
약을 들고 오는데 서글프고 겁이 났다. 이 약을 다 먹도록 나아지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다.
약을 먹고 온찜질을 해주고 며칠이 지났다. 조금씩 좋아지기는 했지만, 진통제 때문인지 약을 먹을 때가 되면 다시 아프곤 했다.
긴 연휴가 시작되어 쉬면서 화실도 나가지 않았다. 받아온 약을 다 먹었고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 싶을 때 턱 통증이 줄어들었다. 뒷목이 아픈 것도 좋아졌다.
며칠 동안 갑자기 뒷목과 턱이 아파서 큰 걱정이었는데 별일 없이 지나가서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왜 아팠을까?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최근에 바뀐 거라고는 화실에 그림을 그리러 다닌 것 말고는 없었다. 처음 이젤을 사용해 세밀한 그림 작업을 하면서 고개를 쳐들게 되었던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약을 먹고 일주일 넘게 화실을 쉬게 되어 좋아진 것이다. 화실을 계속 나갔다면 이유를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바르지 못한 자세가 뒷 목에서 시작해 치아와 턱관절까지 아팠던 것이다.
그림을 그렸을 뿐인데 턱이 아파 며칠 고생을 했다. 뭘 하든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작은 일부분의 불편함이 일상을 뒤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일로 경험했으니, 나이 들수록 몸도 챙기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