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상

그분이 우리 집에 날마다 오신다.

by 데이지

퇴근한 남편이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한마디 했다.

"요즘 그분이 안 오시네."

"그분? 누구?"

"우리 집에 오셔서 선물만 주고 가시는 분 있잖아. 당신이 좋아하는 아저씨 말이야."

"선물? 아, 무슨 선물 인가 했네."

"어쨌든 요즘은 왜 안 오셔?"

남편이 말한 그분은 다름 아닌 택배기사다. 날마다 문 앞에 놓여있던 택배가 며칠 뜸해지자 별이이다 싶어 하는 말이다.

"뭐 바쁘신가 봐."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엄마, 그분이 누구야? 우리 집에 누가 선물 갖다 줘?"

방 안에서 나오던 작은 딸이 선물이란 소리에 목소리가 올라간다.

"누군 누구야, 택배 아저씨지. 아빠가 엄마 택배 많이 시킨다고 비꼬는 거잖아."

거실에 있던 큰 딸이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작은 딸에게 말했다.

"아 그런 거였어."


온라인쇼핑몰이 생기고부터는 웬만한 것들은 온라인으로 구매를 한다.

발품을 팔지 않아서 시간절약도 되고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만 있으면 구매 가능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하면 구매가 어려운 물건이 없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남편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문해 달라고 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문하고 하루 이틀이면 집 앞에 와 있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요즘은 저녁에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고 결재를 하면 다음날 문 앞에 물품이 도착해 있다. 새벽에 주문하면 저녁 준비가 가능하게 시장도 봐준다.

배송기간이 이틀을 넘으면 기다리지 못하고 취소를 하거나 빠른 배송이 가능한 다른 온라인쇼핑몰을 찾아 재구매를 하기도 한다. 기다림의 미학은 잊힌 지 오래다.

이제 딸들이나 남편도 저녁이나 아침에 필요한 것을 말하고 퇴근하면서 어디 있냐고 찾는다. 아직 주문을 못했다거나, 주문했는데 내일이나 모레 배송예정이라고 하면 배송이 느려 답답하다고 한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딸들은 필요한 것들을 직접 주문하는 방법을 택했고, 남편은 그런 딸들에게 어디서 주문하는지를 배우더니 어느 날부터 집 앞에 물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당장은 필요하지 않아도 싸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물건들이 쌓였고 시간이 지나면 버려졌다.


온라인쇼핑몰의 가장 큰 메리트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것도 장점이지만 오프라인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저렴하다는 이유로 쉽게 구매한다.

'싸길래 샀어'라는 말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직접 보고 구매하다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올려진 사진과 구매후기만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데는 나름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품목에 따라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과 업로드된 사진을 확인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몇 년의 시행착오를 겪어 온 내 안목에 남편이 구매한 품목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배송된 택배를 개봉할 때마다 잔소리는 늘 수밖에 없었다.

"그분이 우리 집에 요즘 너무 자주 오는 것 같네. 선물이라고 보내온 것들이 죄다 별로야."

받은 만큼 돌려준다고 남편의 택배 주문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남편의 안목은 정말 별로였다.

남편은 주문이 늘수록 늘어나는 내 잔소리가 듣기 싫어 딸에게 웃돈을 주고 명의신탁 방법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딸에게 배송확인을 재촉하던 차에 들키고 말았다.

그날 이후 명의신탁 물품구매는 불가하다고 딸들에게 고지를 했고, 다행히 그 뒤로 차츰차츰 남편의 온라인쇼핑이 줄어들었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집 앞에 택배가 와 있었다. 내가 주문한 것이 없는데 뭔가 싶어 확인했더니 남편 이름 석자가 찍혀 있었다.

택배가 올 거라는 말이 없었는데 뭘까?

설마 남편의 온라인쇼핑이 다시 시작되는 건 아니겠지!

우리 집은 택배가 오면 집안에 들이기 전에 포장지를 제거한다. 남편의 택배도 포장지를 제거하고 들어와 사진을 찍어 '당신의 그분이 오랜만에 오셨네'라는 문구와 함께 카카오톡으로 보내 주었다.

너무 쉽고 빠르게 주문하고 받을 수 있어서 편리하지만, 우리 집뿐 아니라 누군가의 집 앞에 쌓여 있는 택배를 보며 불필요한 온라인쇼핑을 너무 즐기는 것은 아닌지 잠시 뒤돌아보게 된다.

너무 쉽게 주문하고 포장조차 뜯지 않고 버려지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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