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한 Urban Sketch
어반스케치 정기모임의 시작으로 나 또한 어반스케쳐스가 되었다. 한동안 현장을 그리고 이야기를 담아내는 일에 취해 지냈던 것 같다. 시간 나는 짬짬이 그리고 기록했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언제든 남기고 싶은 순간에는 펜과 드로잉북을 꺼냈던 것 같다. 한참 남편과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도 중간에 어반스케치를 하기도 했었다.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필요했던 드로잉북, 펜, 작은 수채물감 팔레트, 붓, 물통, 접이식 의자 등등 쇼핑 품목들도 사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장비발이 중요하다며 화방에서 이것저것 쇼핑도 많이 했었다.
뭔가에 열정을 쏟아낸 것이 오랜만이었고 그런 내가 대단하다고 느꼈었다. 내 안에 이런 열정이 아직 남아 있구나 싶었다. 얼마나 재미있고 좋았는지 보는 이들에게 추천하며 어반스케치를 종교인양 전도하듯 했다.
어반스케치란? 도시의 풍경과 거리의 카페, 빌딩 숲 등 일상을 현장에서 스케치하거나 색을 입혀 간단하게 완성하는 작업을 말한다. 처음 시작은 시애틀 저널리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가브리엘 캄파나리오(Gabriel Campanario)에 의해 시작되었고, 지금은 전 세계로 확대되어 모임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반스케치가 지역별로 공식 챕터를 만들어 교류하고 있으며, 어반스케치 활동을 하는 사람을 어반스케쳐스라고 말한다.
어반스케치가 좋은 점은 여행을 가거나 일로 출장을 가더라도 그때의 기록뿐 아니라, 그 지역의 어반스케치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활성화가 잘 되어 있어서 어디서든 같은 관심사로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한참 재미에 빠져 있던 어반스케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 현장에 가서 스케치하는 것이 원칙이라지만 사진을 보고 그릴 수 조차 없는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2019년 12월을 끝으로 어반스케치를 멈추야만 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나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냈고 이제는 다시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주말에 어반스케치를 하기 위해 드로잉북과 도구들을 챙겨 카페로 갔다. 비가 오는 바람에 카페 안에서 어반스케치를 시작했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드로잉북에 담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채색도 마쳤다.
시끄럽던 실내가 신경 쓰이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불편하지 않았다. 이번을 시작으로 날마다는 아니더라도 한 달에 아니 한 주에 한 번씩은 어반스케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성된 그림과 인증사진도 남겼다. 돌아와서 어반스케치를 같이 했던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다시 어반스케치를 시작하니 좋았다고 같이 다시 시작하자고 예전의 열정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뭔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설렘이 나를 세상밖으로 한발 더 내딛게 하는 날이다. 그래서 어반스케쳐스 선언문을 읽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