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주민을 소개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동네를 산책하거나 아파트 근처 공원을 거닐어도 좋은 계절이다.
작은 딸을 앞세워 공원 산책에 나섰다. 아파트를 벗어나기도 전에 나이가 지긋한 갈색 몰티즈 주민을 만났다. 낮에도 종종 마주치곤 하는데, 노견이라며 나이 드신 어르신이 애완견을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시키신다. 애완견 덕분에 어르신도 운동을 하실 수 있다고 하시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셨다. 멀리 있는 자식들 몫까지 몰티즈가 옆에서 어르신을 챙기는 샘이 되었다. 몰티즈 주민이 효자다.
노견인 몰티즈는 어르신의 예쁜 막내 손주다.
두 번째 만난 주민은 닥스훈트다. 짧은 다리와 긴 몸으로 자주 아파트 내를 산책한다. 젊은 부부가 다정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애완견과 산책을 하다 우리와 인사를 건네고는 방긋 웃어 주신다. 닥스훈트는 뾰족한 주둥이로 반가운지 우리 발을 톡톡 건드리며 애교를 부린다. 딸이 반가워서 닥스훈트 주민의 머리를 여러 번 쓰다듬는다.
닥스훈트는 젊은 부부의 사랑하는 아이다.
아파트 정문을 막 벗어나자마자 마주친 주민은 갈색털이 몽실몽실 롱다리 푸들이다. 냄새를 맡느라 왔다 갔다 정신이 없다. 작은딸 또래의 아가씨가 목줄을 잡아당기며 방향을 잡아 끈다. 정신없는 푸들 주민도 안녕 다음에 또 보자.
롱다리 푸들은 아가씨의 귀엽지만 귀찮기도한 막내 동생이다.
정문을 나와 공원으로 가려면 작은 네거리를 지난다. 신호등이 켜지길 기다리며 서 있지만 눈은 건너편에 있는 주민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백구 주민이다. 말 수가 적으신 아저씨와 눈빛을 맞추며 자주 산책을 나온다. 만날 때마다 반가워 백구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면 아저씨는 말없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기다려 주신다. 그럴 때면 딸은 주민에게 눈높이를 맞춰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백구 주민은 아저씨의 산책 친구다.
이제 모퉁이만 돌면 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여기까지 오는데 자주 보이던 큰 머리 비숑 주민과 매력적인 엉덩이를 가진 웰시코기 주민이 보이지 않는다. 비숑은 우리 동네 멋쟁이다. 헤어스타일을 따라갈 주민이 없다. 외모로는 최고다. 웰시코기 주민 또한 뒤태로는 따라올 주민이 없다. 어찌나 엉덩이가 예쁜지 실룩샐룩 보기만 해도 매력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 주민들이 우리와 산책 시간대가 어긋난 것인지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안부가 궁금하다.
순간 딸이 공원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더니 노란 치즈태비 주민 집 근처를 맴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고양이 주민이 요즘 작은 딸의 관심사다. 산책은 뒷전이고 간식을 사러 슈퍼를 오가며 동네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다행히 오늘은 언덕길 틈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딸은 준비해 온 간식을 먹이며 연신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쓸어내리더니 키우고 싶다는 애절한 눈빛을 보낸다.
고양이 주민은 우리 딸의 애정하는 동생이다.
우리 동네 주민은 집을 나서서 공원 입구에 이르기까지의 즐거움이다. 이제 계단만 오르면 공원이다.
한눈에 봐도 여기저기 낯익은 주민과 처음 보는 주민들로 북적북적하다. 레트리버, 푸들, 유모차를 타고 있는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
만나는 주민들 마다 인사를 나눈다.
안녕! 안녕! 안녕!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 주민을 만나려고 슈퍼에 들러 시츄 어르신에게 인사를 건네며 눈을 맞췄다. 슈퍼 계산대 옆에 방석을 깔고 앉아서 손님을 맞는 우리 동네 최고령 어른이다.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시츄 어르신은 슈퍼 사장님의 애닮픈 딸이다.
산책길에 만난 주민들은 반갑고 보지 못한 주민들은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언젠가부터 아이들보다 애완견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 한편으로 인구절벽이 실감 나 씁쓸하다. 창문만 열여도 놀이터에서 재잘대던 아이들 소리로 시끄러웠는데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다. 아이들은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애완견이 채워가는 것인지, 애완견이 아이들의 자리를 뺏어 버리는 것인지 요즘들어 아이 우는 소리를 듣기가 참 어려워졌다.
우리 동네에는 각양각색의 주민들이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하지만 걱정도 된다. 주민들이 우리를 산책시키는 날이 올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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