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by 데이지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그녀에게 안겨 주고파~

흰 옷을 입은 천사와 같이 아름다울 그녀에게 주고 싶네~

다섯 손가락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수요일엔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대로 하루를 맞는다.


하루 중엔 잠들기 전이 가장 좋고, 일주일 중엔 수요일이 좋고, 한 달 중엔 막지막 날이 좋다.

분주히 하루를 보내고 마무리하는 시간, 끝맺음을 했으면 한대로 못 했으면 그런대로 내일로 미뤄 놓고 지친 몸을 누이고 팔과 다리를 펴 잠시 심호흡으로 긴장을 푸는 시간이 좋다.


일주일 중엔 수요일이 좋다. 주말을 보내고 다시 뭔가를 시작해야 하는 월요일은 부담스럽고 화요일은 월요일의 연장선 같이 계속 달려야 할 것만 같아 긴장되고, 잠시 멈춰 한숨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수요일이 좋다. 쉬고 나면 힘이 나듯 수요일을 보내고 맞는 목요일은 산을 오르고 쉬었다 내려가는 내리막길 같은 느낌이어서 부담스럽지 않고 금요일은 주말을 앞에 두고 있으니 설레는 마음으로 보내고 잠시 일상을 벗어나 일탈을 꿈꿀 수 있는 주말은 다시 반복되는 일상을 준비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쉼 있는 수요일이 좋다.

그런 수요일은 아무 일정이 없어 더 특별한 요일이다. 아침이 늦어도 좋고 비가 오거나 날이 궂어도 좋고 느긋하게 뭐든지 채워 넣을 수 있어서 더 좋다. 누군가를 초대해서 밥을 먹거나 차 한잔을 마셔도 좋고 가고 싶었던 오름이나 올레길을 걸어도 좋고 혼자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오랜만에 책을 펼쳐도 좋다.

수요일은 넣고 빼고 더해도 되는 나만의 날이다.


한 달 중엔 마지막 날이 좋다.

한 달 30일을 하루하루 차곡차곡 보내고 마지막 남은 한 장을 잘 지내왔던 날들과 함께 충만함을 느끼며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는 것도 좋고, 힘든 일이 있었다면 하루를 더해 한 달을 채워 정리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 좋은 기억도 힘들고 나빴던 기억도 채워서 더 기뻐하거나 빨리 잊어버릴 수 있는 날이 한 달중 마지막 날인 것 같다.


기다렸던 나만의 수요일 아침 날씨가 추워졌다. 전국에 눈이 내린다는 뉴스가 나오고 서울 지역은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아침부터 도로를 통제한다는 안내, 강풍이 불고 있어 시설물을 주의하라는 안내,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안내등 울림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눈 대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밖을 나가는 것은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으로 찻 물을 올리고 종이컵을 찾아 달달한 디카페인 믹스 커피를 준비했다. 믹스 커피는 종이컵에 먹어야 제 맛이다. 노트북을 열고 피아노연주를 들으니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달달한 커피 향에 귀와 입이 호사를 누린다. 때때로 쏟아져 내리는 빗방울이 창을 때리고 바람이 참았던 숨을 몰아쉬듯 내뱉어도 마음은 녹녹해진다. 부족한 것을 따지자면 끝도 없지만 잠시 내려놓으면 이렇게 좋은 것을 이 순간을 자꾸 잊고 사는지 모르겠다.

가장 좋아하는 수요일 아침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면서 살아있는 기쁨을 찾은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떤 부족함도 없는 충만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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