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살았네요~~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좋으니까 그냥 하는 건가 보다, 남들도 다 하니까 뭐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결혼이라는 것을 한 것 같다. 4년을 만나고 친정어머니가 다니시는 사찰 스님께 결혼 날을 여쭤보려고 어머니와 함께 갔다가 길일이라고 알려주신 날이 일주일 뒤였다. 친정아버지는 어떻게 일주일 만에 결혼을 하느냐고 하셨지만, 두 어머니는 할 수 있으면 하자고 하셨다.
일주일 후로 날이 잡히고 부랴부랴 결혼 준비를 했다. 그 당시 남편이 운영하던 예식장도 예식홀은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바로 결혼 이벤트 회사에 전화해 예식장부터 잡았다. 몇십 년 만에 오는 길일이었고, 5월인지라 예식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다행히 새마을 금고 강당에 한 타임이 비어서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월요일은 시어머니와 한복을 맞추고 드레스와 턱시도를 가봉하고, 화요일은 예물과 가구를 맞추고, 수요일은 백화점에서 필요한 옷과 캐리어를 샀고, 목요일에는 주문한 예물과 한복을 찾았다. 금요일에는 휴가를 내 야외촬영을 했으며, 저녁에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 친청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다음 날인 토요일에 친구들과 함을 들고 친정집에 갔다 왔다.
숨 쉴 시간도 없이 일주일 만에 모든 준비를 했다. 남들은 결혼 준비하면서 싸운다고 하는데 오히려 싸울 시간이 없어서 좋았다. 다만 양가 부모님 상견례가 수요일이었는데 일이 꼬여 결혼식 당일 예식전에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치렀다.
거짓말 아니냐고 하겠지만, 사실이다. 일주일로도 충분히 준비가 가능했던 이유를 들자면 신혼살림을 시부모님과 합가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신혼살림 준비에 필요한 것은 우리가 쓸 가구와 침대뿐이었다. 배송은 우리가 신혼여행 다녀오는 동안 어머님이 받아 주셨다.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여권을 만들 시간이 없어서 신혼여행을 발리나 하와이로 가지 못하고 제주도로 왔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결혼하고 살아온 지 29년이다. 지나고 보니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참 세월이 빠르다. 아이들과 종일 씨름하며 독박 육아를 할 때는 시간이 훌쩍 지나길 바랐고, 힘든 고비도 여러 번, 다사다난한 시간이 언제 지나가나 싶었는데 벌써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나고 나면 후회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누군가는 고생을 해도 젊어졌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지금에 맞추어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오십 중반을 넘어가는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날이라고 믿으며 앞으로 50주년이 되도록 건강하게 살고 싶다.
늦게나마 결혼기념일을 위해 남편이 준비한 소셜 다이닝 저녁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