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이어 걸어 올레길 19코스 완주
제주로 이주하고 올레길도 오름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걸을 수 있기에 매번 미루게 됩니다. 어찌 이리 사람 마음이 간사할까요?
마음만 먹던 올레길을 이주한 지 3년 만에, 어반스케치와 함께하는 2020 제주 올레 걷기 축제에 참가하면서 처음 걸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심해서 5인 이상 거리 두기까지 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올레길도 코스별로 분산해서 걷기 행사를 했고, 그중에 참여하게 된 코스가 올레길 19코스였습니다.
어반스케치를 배우고 한참 재미있을 때라 어반스케치도 하면서 올레길을 걷는다기에 남편과 함께 신청했습니다.
올레길 19코스는 조천 만세동산에서 시작해 김녕 서포구까지 19.4km로 긴 코스입니다. 처음 걷는 올레길이 길어서 걱정은 됐지만, 어반스케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어반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올레길 19코스는 조천만세동산에서 출발하여 신흥리 백사장, 에메랄드빛 함덕해수욕장, 서우봉을 넘어 북촌항, 너븐숭이 4.3 기념관, 중간 스탬프가 있는 동복리 마을운동장, 김녕농로, 김녕 서포구까지입니다.
출발은 부푼 마음으로, 배낭에는 어디서든 어반을 즐길 도구를 챙겼습니다. 곳곳에 활짝 핀 억새가 반기고 등을 간지럽히는 바람도 좋았습니다. 여럿이 한 줄로 걷다가 둘셋씩 모여 걷기도 하고, 사진을 찍고 찍어주며 소풍 나온 아이처럼 설레기도 했습니다.
걷다가 첫 어반은 신흥리 백사장을 지나 방사탑 뒤로 서우봉과 함덕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시작했습니다. 남편만 빼고 모두들 장소를 잡아 앉거나 서서 짧은 시간 안에 어반을 했습니다.
남편은 어반스케쳐스가 아닙니다. 올레길 동반자였지요.
어반을 하고 함덕해수욕장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삼삼오오 원하는 메뉴로 점심을 먹으면서 음식 어반도 즐겼습니다. 여럿이 걷는 올레길이어서 시간은 꼭 지켜야 합니다. 서둘러 식사를 마친 팀들은 바닷가 해변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도 가졌습니다.
점심 후 조금은 느려진 걸음으로 서우봉을 오르고 헐떡이다 함덕해수욕장의 푸른 바다를 내려다볼 때는 황홀해서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바람이 마음 깊숙이 뚫고 지나간 듯 카타르시스와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이 났습니다. 자연이 보여주는 경이로움이었습니다.
감동과 함께 서우봉을 넘었고, 북촌항에서 나와 남편은 발에 물집이 생겨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근처 카페에들러 어반을 즐기며 완주를 못한 마음을 달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올레길 전 코스를 완주하겠다는 다짐으로 쉬운 코스부터 찾아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올레길 전 코스를 완주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걷고는 있습니다. 한 코스를 두세 번에 나누어 딸과 걷기도 하고, 하루에 한 코스를 완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2020년에 걷다 포기한 19코스를 북촌항에서 다시 걸어 완주를 했습니다.
처음 걸을 때는 10km가 힘들었는데 걷다 보니 한 코스를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보고 느끼며 걷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습니다. 계절별로 다시 걷고 싶은 코스도 생겼습니다. 반 코스를 훌쩍 넘어 걸었고, 시간 될 때마다 계속 포기하지 않고 걷는다면 조만간 올레길 모든 코스를 완주하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겠지요.
그날을 기대하며 틈틈이 걸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