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상

올레길9코스

by 데이지

달과 계절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덥다.

9월이면 다시 걷자던 약속에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아침은 김밥 두 줄, 간식으로 샤인 머스캣 한 송이, 초코바, 초코파이, 생수를 챙겨 들고 출발했다.

지난밤 어떤 코스를 걸을지 선택 기준은 숲길이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걷기에는 오르막길보다 더 힘들 것이 뻔하다.

난이도가 높았지만 올레길 9코스를 걷기로 했다.

9코스는 대평포구에서 시작해 화순 금모래해수욕장까지 거리는 12km다.

대평포구 시작부터 오르막 숲길이 시작되었다.

군산오름 정상까지 계속되는 오르막길로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힘든 만큼 내려다보는 자연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군산오름 정상에서 한 바퀴, 제주의 경치를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담았다.

군산오름 정상을 기점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이 펼쳐졌다.

오는 내내 역방향으로 걸었으면 덜 힘들었을 것 같다고 불평했는데, 막상 가파른 내리막길을 보니 괜한 불평을 했구나 싶었다.

숲길을 지나 만난 안덕계곡은 우거진 상록수림과 기암절벽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자연의 위엄을 느끼며 너럭바위에 걸 터 앉아 잠시 발을 담그면 신선 놀이가 따로 없었을 텐데, 물이 맑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계곡 끝자락의 진모루 동산을 넘어 하천을 따라 해안까지 내려오면 올레길은 끝이다.

더위에 지쳤을 때 만난 소나기의 끝자락이 더위를 식혀 주었고, 힘들기는 했지만 숲길이 만들어 준 그늘 덕분에 완주를 할 수 있었다.

군산오름 정상을 앞두고 걷기를 멈추려 했다는 남편은 내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힘들더라도 한쪽이 포기하지 않으니 함께 완주할 수 있었다.

오르고 또 오르다가 내려가고 또 오르고를 반복했던 올레길 9코스는 인생살이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고 힘들 때는 끝없이 펼쳐진 오르막에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헉헉 되게 만들고, 참고 걷다 보면 내리막처럼 좋을 때가 찾아 오기도 한다.

이 순간 어렵게 완주를 한 올레길 9코스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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