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이 전하는 이야기
9월부터 운동을 시작하면서 동네 골목길을 걷게 되었다. 차를 타고 다니기에 애매한 거리와 날이 선선해져서 좋았다.
갈 때 보다 돌아오는 길에 천천히 골목 이곳저곳을 눈에 담는다. 매번 걷던 동네 둘레길과는 또 다른 이 골목이 주는 이야기에 발길을 멈춘다.
수줍은 새색시 마냥 돌담 너머에 귤이 노랗게 낯빛을 물들이기 시작했고
어느 집 돌담 위엔 다 커버린 수세미가 마른 줄기에 매달려 육중한 알몸을 내 보인다.
귤밭 사이 텃밭엔 노란 호박들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나뒹굴고
누군가의 밥상에 오를 가지와 고추는 가을볕 일광욕이 한창이다.
아담한 이층 집엔 쏟아질 듯 빨간 대추알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담을 넘어 넘실거리고
붉은 석류가 풍성한 가지를 뻗어 내게 악수를 청한다.
갱년기에 좋다는데 악수를 받아줘야 할까?
나른해지는 정오, 반쯤 열린 대문 사이로 보이는 푸른 잔디와 백일홍, 상사화 그리고 돌담 위 소쿠리 한가득 썰어 널은 호박이 정겹다.
동네길 중간쯤 우뚝 선 멀구슬나무는 지나가던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그 옆 카페는 통유리 창으로 속을 들어내며 진한 커피 향으로 발길을 잡는다.
저마다 살아가는 형태는 동일하지 않을까 싶다.
길가의 작은 풀꽃도 우리네도
걷다 쉬다 보이는 것들에 마음을 내주며 그것들에서 위로받은 시간들이었다.
그래, 사는 게 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