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큰일 날뻔했지 뭐야
칠 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오른 한화 이글스
삼성과 한화 이글스 가을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있는 날
주전 투수가 폰세
시구는 작은 딸이 좋아하는 김재욱
하지만, 비가 와서 경기는 취소되었다.
우째, 이런 일이!
우천으로 야구 경기가 취소되어 아쉬워하는 남편을 달래 동네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공원은 300m 정도 길이의 타원형 트랙과 아름드리 녹나무 숲과 놀이터가 있다.
그리고 한편에 자리한 운동기구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다.
트랙을 따라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열 바퀴를 돌아야 하루 운동량을 채울 수 있다.
가을이 되면서 귀뚜라미와 여치가 목청껏 공연이 한창이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한결 선선해졌다.
기분 좋게 걷다가 하마터면 발아래 곤충을 밟을 뻔했다.
자세히 본 곤충은 사슴벌레였다.
와! 사슴벌레를 보다니, 얼마만인가.
어릴 적 오빠는 뿔이 커다란 사슴벌레를 잡아와 뿔싸움을 시켜가면서 놀았었다. 밤이면 뿔이 더 큰 사슴벌레를 잡으려고 친구들과 동네 숲으로 우르르 몰려다니곤 했었는데, 오빠를 쫓아가려고 밤마다 졸랐었다.
오빠의 사슴벌레는 세 마리였다. 그중엔 우리 동네에서 제일 힘이 센 사슴벌레도 있었다.
동네 오빠 친구들은 날마다 새로운 사슴벌레를 잡아와 도전을 해 왔다. 그럴 때마다 오빠의 사슴벌레는 보기 좋게 뿔로 상대를 뒤집어 버렸다. 오빠의 사슴벌레는 지금 생각해도 멋진 친구였다.
오빠의 사슴벌레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불쑥 물었다.
"사슴벌레는 뭘 먹고살지? 벌레를 먹나?"
"글쎄? 생각이 안 나는데. 오빠에게 물어볼까?"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 어렸을 때 사슴벌레 잡아서 싸움하고 놀았잖아. 그 사슴벌레가 뭘 먹었지?"
"웬 갑자기 사슴벌레야?"
"응, 공원 산책하다가 사슴벌레를 봤는데 옛날 생각이 나네."
"사슴벌레는 참나무 진액이랑 이슬을 받아 먹였었지."
오빠는 기억을 하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숲으로 달려가 진액을 모아 왔다고 한다.
오빠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쫓아만 다니느라 바빴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미소가 지어졌다.
사 남매 중에서 바로 위 오빠는 언니 같은 친구였다. 그래서 오빠가 하는 건 뭐든지 좇아하고 따라 했다.
하지만 오빠는 내가 여동생이어서 귀찮아했었다.
우리 동네에서 내 또래는 다 남자아이였다.
남편은 사슴벌레를 누가 밟기라도 할까 봐 나뭇가지를 이용해 커다란 녹나무 밑동으로 옮겨 놓았다.
우리가 모두 잠든 밤,
가로등이 꺼지는 시간,
누군가는 손전등을 들고 이 공원을 찾아오지는 않을까?
아름드리 녹나무에 손전등을 비추며 새벽이 오도록 설레는 마음으로 널 찾고 있을지 모르지.
꼭꼭 숨어라.
개구쟁이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이런 게 아닐까 한다.